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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속수무책 ‘디지털 재난 정부’…카카오 먹통 때 질타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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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전산망 유지와 민원서류 발급이라는 정부의 기본 기능이 사흘간 멈췄다. 부동산·금융거래 등 국민의 일상 경제활동이 극심한 혼란과 차질을 빚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

행정전산망 유지와 민원서류 발급이라는 정부의 기본 기능이 사흘간 멈췄다. 부동산·금융거래 등 국민의 일상 경제활동이 극심한 혼란과 차질을 빚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자부해온 대한민국의 위신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위험을 예방해야 할 국가가 위험 생산의 주체가 됐다는 점에서 명백한 ‘행정 재난’이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행정망 마비 사태 사흘째인 19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행정전자서명 인증시스템에 들어가는 장비 오류가 원인이었으며, 장비 교체 후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장비 오류는 왜 발생했는지, 왜 시스템 정상화가 늦어졌는지에 대해선 속시원한 설명이 없었다. 행안부는 “새올 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하는 인증시스템(GPKI)에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고 (해당 시스템의) 서버 등을 모두 점검, 분석한 결과 시스템의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L4스위치)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만 밝혔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24를 통해 민원을 발급하는 데 불편함이 전혀 없고, 이틀간의 현장점검 결과 시도·새올 행정시스템도 장애가 없다”며 “지방행정전산서비스는 모두 정상화되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행정전산망의 정상 가동 여부는 관공서 민원업무가 시작되는 20일 오전이 되어야 가늠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도 “주말이라 접속량이 적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새올 행정정보시스템은 월요일에 (공무원들이) 정상 이용할 수 있도록 오늘까지 안정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하철역과 대학 등에 설치된 무인발급기 일부는 이날 오후에도 여전히 ‘먹통’이었다.

국민이 겪은 혼란 못잖게 사태 발생 뒤 정부가 보인 태도 역시 ‘재난’ 수준이었다. 행정망 마비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한 것은 물론, 행정망에 오류가 생겼다는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와도 공유하지 않았다. 17일 오전부터 서류 발급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민원 대란’이 개인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곳곳에서 보고됐지만, 정부 공식채널에선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정부24’ 누리집에 걸어둔 ‘이용 불가 안내’ 문구가 전부였다.

행안부는 사태 발생 9시간 만인 17일 오후 5시40분쯤 처음으로 입장을 내어 “방문 민원을 수기로 접수하고 당초 처리예정일 기준으로 소급해 처리하도록 모든 행정기관에 협조 요청했다”고 전했을 뿐, 시스템 마비의 원인이 무엇이고 언제 정상화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말이 없었다. 정부 차원의 사과는 행정망 불통 사태 24시간 만인 18일 오전 8시30분에야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나왔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 때 보인 반응과 대조적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국가 기간통신망과 다름이 없다.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고, 카카오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5천억원대 피해 보상안을 내놓았다.

더 심각한 건 국가가 관리하는 행정망 마비가 3월 법원 전산망 마비, 6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오류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라는 사실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민간 기업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대표가 책임을 진다. 정부도 외주업체나 하급 실무자한테 책임을 미룰 게 아니다. 기업이 중대재해를 일으켰을 때 처벌하는 것만큼 하면 된다”고 했다.

박다해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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