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시달리고 있다가 수상 문자를 받았는데 오랜만에 기뻤습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부산시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청년 평화콘텐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신수경(35·경기도교육청 파주교육지원청)씨가 활짝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청년 평화콘텐츠 공모전은 올해 열아홉돌을 맞은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이 기성세대와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엠제트(MZ) 세대가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평화와 통일에 관한 엠제트 세대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지난해 처음 마련했다. 올해 공모전 주제는 ‘내가 ○○○에 간다면’이다. 과거·현재·미래에 연연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 올리는 쇼트폼이나 손그림, 디지털 콘텐츠로 가공하거나 포토에세이, 에세이 등의 형식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우수상을 받은 신씨는 공직 생활 10년차가 되는 2030년 통일된 한국에서 개성특별시 교육부에 발령받으면 맡게 될 업무와 직장 회식 문화 등 북쪽의 일상과 문화를 소개하는 형식의 에세이 ‘통일 한국의 나는 개성교육부 정무원’을 제출했다. 김주현(31·조향사)씨는 통일이 된 판문점이 남북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우주를 탐험할 수 있는 지구촌 유일의 지구 정거장으로 변했다고 상상한 에세이 ‘가슴 아픈 역사에서 가슴 설레는 현재가 된 다온’을 제출해 장려상을 받았다. 김씨는 “다온은 ‘모든 좋은 것들이 다가온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려상은 이채영(21·명지대)씨의 에세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결혼식이 열린다면’이다.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의 남녀가 결혼한다는 상상을 하면서 남북이 부족한 점을 서로 인정하고 재결합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았다.
김태만 심사위원장(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은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미·일 공조 강화 정책에 축소·왜곡된 탓인지 올해 응모작은 지난해에 견줘 적었고 출품작들의 문제의식도 기대만큼 심화하지 않았다”며 “안타깝지만 최우수상을 선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일부 작품은 남북 화해 협력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풍부한 상상력과 문장력으로 담아내려 애썼다. 우수상은 매우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공모전 시상식은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이틀째인 26일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누리마루 아펙(APEC)하우스에서 열렸다. 시상식 뒤 수상자들은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박찬형 ‘영화로 소통하는 세상’ 대표의 공동 사회로 열린 토크쇼에 참가했다. 신씨는 “기성세대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많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씨는 “윗세대가 아랫세대를 위해 유연하게 남북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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