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 조례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는데도 부산의 일부 기초단체 4곳은 내년에도 생활임금을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활임금은 지자체와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지자체들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하는 임금 하한선이다.
24일 한겨레가 확인해보니, 부산의 기초단체 16곳 가운데 강서·금정·동·영도구 4곳은 아직 생활임금 조례를 마련하지 않았다. 내년에 생활임금을 지급하려면 올해까지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데 추진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것이다.
반면 이미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기초단체 12곳은 생활임금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생활임금을 확정했거나 연말까지 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동래구는 이달 12일 내년도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1320원으로 확정해서 고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9860원에 견줘선 1460원(14.8%)이 많다. 기장군 생활임금위원회도 지난 18일 내년도 생활임금을 1만1283원으로 결정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견줘 1423원(14.4%) 많다.
아직 조례를 마련하지 않은 기초단체 4곳은 대법원 판결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 때문에 생활임금 적용 범위가 더 넓혀질 수도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3월 생활임금 조례를 개정했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이 되는 모든 직원의 호봉을 다시 산정해 생활임금을 반영하고,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 공공기관과 그 자회사 소속 근로자, 부산시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단체·업체 근로자까지 포함하라는 내용이다. 부산시는 재의를 요구했으나 부산시의회는 같은 해 6월 원안 가결했다. 그러자 부산시는 조례 개정안이 ‘시장의 고유권한인 예산안 편성권과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조례 개정안은) 생활임금 반영 효과가 고르게 미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생활임금 결정이나 임금 상승분의 결정은 여전히 원고(시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며 사실상 생활임금 조례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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