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ories:
보도자료

‘비자 제한’ 받느니 체포조 운영…유학생을 ‘돈’으로 보는 대학들

Summary

한신대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녔던 아미르쿨로바 쿨카르(한국 이름 우지수·왼쪽 셋째)가 지난 11월27일 교직원과 경비업체 직원의 감시를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한신대...

한신대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녔던 아미르쿨로바 쿨카르(한국 이름 우지수·왼쪽 셋째)가 지난 11월27일 교직원과 경비업체 직원의 감시를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한신대 제공 영상 갈무리

“제 이름, 그냥 ‘지수’라고 써주시면 안 될까요? 꼭이요.”

한신대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녔던 아미르쿨로바 쿨카르(18)는 중학생 때부터 한국 유학을 꿈꿨다. ‘우지수’라는 한국 이름도 지었다. 고등학생들의 성장통을 다룬 웹드라마 주인공 이름이었다. 부모를 2년 넘게 설득해 지난 9월 마침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수는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한국 대학에 진학해 디자이너나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지수의 꿈은 지난 11월27일 산산이 깨졌다. 외국인 등록증을 받으러 간다는 이야기에 동료 우즈베키스탄 어학연수생들과 버스에 올랐던 지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비행기에 태워져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왔다. 그날 일을 지수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공항에 간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환청이 들리고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했다. 지수는 물었다. “그 사람들, 대체 우리한테 왜 그랬어요?”

한신대는 자신들의 행동이 ‘교육적인 차원’이었다고 강변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학생들이 통장 잔고 유지 기준을 채우지 못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출국 지도를 한 것이다. 학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돼 어려움을 겪는 걸 막기 위한 교육적인 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강제 출국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돈’이다.

국내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대학들이 떠올린 해법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다. 문제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이탈하는 사례가 빈발했다는 것이다. 미등록 체류자 비율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대학은 유학생용 비자 발급을 제한받는다. 한신대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불법체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제 출국을 밀어붙였다.

지수가 자신의 텔레그램 프로필에 저장해둔 사진. 본인 제공

대학이 ‘감시’와 ‘단속’이란 출입국관리소의 일을 대행하는 건 한신대만의 사례가 아니다. 심지어 대학 직원이 이탈한 학생들을 직접 잡으러 다니기도 한다. 지난 5월 전주기전대의 한국어학당 베트남 유학생 인권침해 실태가 뉴스앤조이와 전주문화방송(MBC) 보도로 드러났다. 당시 전주기전대는 한국어문화교육원 사무실에 학교를 이탈했다 붙잡혀 출국당한 학생들의 사진을 붙이고 빨간 글씨로 ‘아웃’(out)이라고 적었다. 경비용역 직원들이 학생들의 양팔을 붙잡고 있는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출국 과정에서 감금이 있었다는 의혹도 받았다.

전주기전대도 이런 행동이 “교육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전주기전대는 사실상 ‘이탈 유학생 체포조’를 운영한 것과 관련해 “비자 제한 대학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경비용역 직원을 동원한 이유에 대해선 “잡는 건 저희가 잡는데 (학생들이) 갑자기 도망을 갈 때도 있고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출국시킬 때 (경비용역 직원이) 같이 간다”고 했다.

전주기전대는 이처럼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키고도 비자 제한 대학이 되는 것은 피했다. 교육부와 법무부가 매년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율 △학급당 어학연수생 수 △건강보험 가입률 △한국어 교원 자격증 비율 △어학연수과정 수료율 등을 중심으로 평가할 뿐 인권 존중 여부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교들은 내국인 학생들에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인권침해 행위를 외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버젓이 저지른다.

한겨레가 취재 중에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이런 일이 전국에서 관행처럼 일어난다고 했다. 비수도권 대학 어학당 관계자는 “한신대 행동은 극단적이었지만, 대학 입장에선 그렇게라도 학생들을 내보내는 게 비자 제한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의 국제교류팀 담당자는 “법무부가 비현실적 제도를 만들어두고 부작용은 모두 학교 책임으로 떠넘긴다. ‘학생 선발은 학교가 한 것’이라는 논리인데, 학교 입장에선 이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감시에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학들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한신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의 통역 지원 등을 하는 압둘(25)은 “외국인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한국 정부가 유학생들의 인권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벌여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