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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창작 방해하지 않는 곳…한국 첫 ‘포용예술’ 공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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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간 두구는 무장애로 꾸몄다. 벽에는 장애인들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막대를 설치했다. 김광수 기자 “제 작품을 당당하게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미술작가 심승보(2...

창작공간 두구는 무장애로 꾸몄다. 벽에는 장애인들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막대를 설치했다. 김광수 기자

“제 작품을 당당하게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미술작가 심승보(29)씨는 자폐성 발달장애인이다. 지난 21일 그가 벽에 걸린 동물 그림들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동물을 사랑합니다. 친구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지구환경이 보호됐으면 좋겠습니다.”

심씨는 태어날 때부터 자폐 증상을 보였다. 일곱살이 됐을 때 집에서 동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회화에 빼어난 소질을 보여 2018년부터 개인전을 열거나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부산 금정구 두구동 스포원파크 내 ‘창작공간 두구’ 개소식에서 입주 작가 8명과 관객들이 대화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심씨는 지난 9월 집이 아니라 미술작가들이 함께 거주하는 공간에 처음 입주했다. ‘창작공간 두구’다. 두구는 부산 금정구 두구동 스포원파크(금정체육공원) 안에 있다. 두구는 다른 미술공간과 다른 점이 있다. 장애인·비장애인 작가들이 함께 입주해서 협업한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이런 시도는 전국 최초”라고 했다.

두구는 ‘포용예술’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포용예술은 영국에서 탄생한 개념으로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함께 힘을 모아 작품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아직 국내에는 낯설다. 부산시는 두구를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따로 건물을 올릴 형편이 안 돼 스포원파크 내 비어 있는 건물을 5년 동안 빌렸다. 올해 2월 리모델링에 들어가 8월에 완공했다. 공사비 4억8천만원이 들었다. 한달 뒤 미술작가 8명이 입주했다. 장애인 4명과 비장애인 4명이다. 장애인 작가 4명은 공개모집을 했다. 비장애인 작가 4명은 다른 비장애인 공동작업에 참여한 9명 가운데서 선발했다. 부산시는 입주 작가 8명에게 독립 작업실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특별한 공동작업 과제를 제시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함께 작품을 만들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부산시를 대신해 두구를 운영하는 부산문화재단은 “입주를 희망하는 다른 작가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한달에 50시간 이상의 이용 시간을 부여했다. 2025년 입주자는 새해 공개모집 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미술작가 신현채씨(오른쪽)와 신수항씨(왼쪽)가 신현채씨의 작업실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사진촬영에 응했다. 뒤쪽 그림이 신현채씨의 작품이다. 김광수 기자

발달장애인인 심승보씨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두구는 장애인 상주 공간임을 고려해 무장애(배리어프리) 시설로 꾸몄다. 1층 출입문에서부터 모든 공간에 턱이 없었고 장애인 화장실이 출입문 바로 앞에 있었다. 설거지 등을 하는 탕비실엔 문이 없었다. 장애인 작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신체 약자들이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 전시관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130㎝ 높이의 막대를 벽을 따라 설치했다.

장애인·비장애인 작가들 모두 만족했다. 자폐성 발달장애인인 신현채(24)씨는 “드디어 나만의 작업실이 생겼다. 저와 같은 외로움을 가진 친구가 저를 이해해주고 작업도 같이 하니 마음속 구멍이 메워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신씨와 공동작업을 한 비장애인 신수항(22)씨는 “평소 발달장애인 작가님과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현채 작가님과 나의 고민이 만나는 지점이 있어서 내가 먼저 공동작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입주자 8명이 함께 만든 작품은 21일 ‘짧은 산책’이라는 주제로 일반에 공개됐다. 심씨 어머니는 “미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가로놓인 벽이 무너졌다. 이런 예술 공간이 더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작공간 두구는 무장애로 꾸몄다. 탕비실엔 문이 없고 장애인 화장실이 출입구 앞에 있다. 김광수 기자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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