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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 갑론을박…“강감찬을 임진왜란까지 기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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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장관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주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영입하기로 방침을 정...

한동훈 장관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주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영입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18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참석자들은 한 장관의 4·10 총선 역할론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당대표 역할인 비대위원장으로 차출할지, 총선 간판인 선거대책위원장 등으로 활용할지를 두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 200여명의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30분 동안 연석회의를 열었다. 논점은 ‘한동훈을 지금 쓸 것이냐, 아껴 쓸 것이냐’로 모아졌다.

이날 모두 33명이 발언대에서 섰는데, 주로 원외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20여명이 ‘한동훈 비대위’를 주장했고, 현역 의원들을 포함한 약 10명은 이에 반대했다고 한다. 회의가 시작되자 한길룡(경기 파주을)·장영하(성남 수정) 당협위원장 등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먼저 나서서 ‘한동훈 비대위’에 힘을 실었다. 한길룡 당협위원장은 한겨레에 “신선한 사람이 와서 험지를 살려내야 하는데 한 장관만한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를 주장하는 이들은 한 장관의 대중적 지지도와 참신함을 이유로 들었다. 원외 친윤계인 장예찬 최고위원은 연석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한 장관을) 아껴 쓰니 마니, 그럴 시기가 아니고 가용한 모든 걸 동원해야 한다”며 “지지율이 모든 걸 깔끔하게 설명해주지 않냐”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보수진영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16%를 얻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한 장관의 정치 경험 부족 등을 들어 조기 등판에 따른 위험부담을 우려했다. 김상훈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맡기엔 조금 더 경험이 필요하지 않냐”는 취지로 말했고, 성일종 의원은 “좋은 자원이 너무 일찍 등판하면 상처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도 비대위원장보다는 선대위원장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원외 인사들 중에서도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윤심을 내세운 내려꽂기 모양새는 안 된다. 한 장관이 ‘윤 대통령 아바타’가 아니라 각을 세우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내야 한다”며 부정적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서도 한동훈 비대위 찬성론자들은 “(거란과 싸운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을 임진왜란 때까지 기다려서 쓸 수 없지 않으냐” “신상품 아꼈다가 헌 상품 되면 어디에다가 써먹느냐”고 맞받았다. 또 ‘한 장관은 윤심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지적에도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의 소환이 아니라 국민과 당원들의 소환”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의 핵심 과제는 ‘윤심 극복’이라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지만, 비대위원장 인선 또한 결국 친윤계 등 주류가 주도하는 ‘윤심몰이’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이날 연석회의 뒤 ‘대세는 한동훈 비대위로 기울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회의를 끝까지 들을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한쪽으로) 바람몰이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외 인사도 “오늘 회의는 통과의례 같은 느낌이었다. 분위기를 보면 방향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석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에게 “필요한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뒤에 판단하겠다. (결정에)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권한대행은 티브이조선에 출연해 “당원들과 원로들 의견을 조금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날 오후 ‘마을변호사 10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불참하고, 이노공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자신을 둘러싼 여당 내 갑론을박 상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 장관은 여당 내에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비대위는 물론 향후 선대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손현수 선담은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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