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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경쟁 밀리고 악재 켜켜이…이재명 리더십 ‘흔들’

Summary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당대표실에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내우외환입니다.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위기의 늪에 빠졌습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당대표실에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내우외환입니다.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위기의 늪에 빠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내년 4·10 총선과 다음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 구성원 다수가 민주당은 지금 위기가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최근 벌어지는 양상을 중심으로 민주당 위기의 실태와 원인을 짚어보겠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점점 빨라지는 정국 흐름을 한번 차분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 밀리는 혁신 경쟁

정치는 상대적입니다. 상대가 잘하면 지는 것이고, 상대가 못하면 이기는 길이 열립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김기현 대표가 물러났고 곧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섭니다. 김기현 대표를 세운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고, 김기현 대표를 쫓아낸 것도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비대위 체제의 국민의힘은 역동성을 갖고 총선에 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대적인 ‘공천 학살’이 예상됩니다. 공천 학살이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유권자들은 이를 혁신으로 받아들이고 환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공천에서 역동성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비하고 비주류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공천의 방향을 ‘혁신’보다는 ‘통합’에 두고 있습니다. 혁신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하면 1996년 15대 총선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15대 총선은 애초에 김영삼 대통령의 민자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이재오·김문수 등 민중당 출신과 홍준표·맹형규 등 전문직 출신들을 대거 공천했습니다. 선거 결과는 신한국당 승리였습니다. 신한국당이 139석, 새정치국민회의가 79석이었습니다.

2. 선거제 개혁 약속 파기

민주당은 지난 14일 의원총회를 열어 준연동형을 유지할 것인지, 병립형으로 돌아갈 것인지 토론했습니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선거 제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인지, 병립형 회귀를 결심하고도 욕을 먹기 싫어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민주당의 병립형 회귀는 약속 위반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때 “더 나은 정치 교체를 위해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새로운 정치로 가겠다”며 “정치 교체와 통합 정부의 꿈은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진보 정당 후보들의 대거 출마로 지역구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표가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총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자칫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민주당’, ‘믿을 수 없는 이재명’의 이미지가 각인되면 2026년 지방선거도, 2027년 대선도 힘들어집니다.

3. 초선 의원 불출마

오영환(35·경기 의정부갑) 의원은 대한민국 최초의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입니다. 이탄희(45·경기 용인정)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에 저항한 판사 출신 의원입니다. 홍성국(60·세종갑) 의원은 대우증권 사장 출신 의원입니다. 세 사람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인재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해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이들의 의정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치부 기자들의 평가도 좋은 편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민주당의 미래입니다.

그런데 약간씩 다른 이유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저는 이분들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정치에는 좋은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래가 창창한 초선 지역구 의원들이 줄줄이 출마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입니다. 민주당의 앞날이 어둡기 때문 아닐까요? 깊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4. 이낙연 신당

저는 지난번 글에서 ‘이낙연 신당’의 가능성을 0%라고 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의 영혼’이나 다름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영혼도 ‘가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은 명분 없는 일입니다.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것과, 탈당해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계속 말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와 매우 가까운 이개호 정책위의장, 이병훈 광주시당위원장이 ‘민주당 사수’를 천명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야당 당원이었던 남편이 민정당으로 가려고 하자 “자식들을 지조 없는 사람의 자식으로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못 참겄소”라며 막았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 자신도 2003년 “나다. 신당 가지 마라잉!”이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열린우리당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요? 신당 창당을 강행한다면 가장 큰 타격은 이낙연 전 대표 자신이 받겠지만, 민주당도 손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전직 대표의 탈당을 막지 못한 이재명 대표에게도 큰 책임이 돌아갈 것입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5.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송영길 전 대표 구속 여부가 18일 결정됩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은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사단법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후원금 의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영장 심사는 이재명 대표 구속 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합니다. 어떻게 될까요?

만약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되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대선 패배 뒤 6·1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낙선했고, 이재명 대표는 그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영장이 기각돼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재판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민주당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입니다.

6. 배타적 팬덤

팬덤은 정치의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그러나 경쟁 상대인 다른 정치인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배타적 팬덤’은 오히려 당내 민주주의를 해칩니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권리당원 중에 바로 이런 배타적 팬덤이 많습니다. 이들이 내뿜는 독기가 민주당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비이재명’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와 점점 더 사이가 나빠지는 배경에는 배타적 팬덤의 무차별 공격이 있습니다. 총선에 나선 ‘친이재명’ 정치인들은 ‘비이재명’ 의원들과의 경선에 대비해 배타적 팬덤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고 있습니다. 악순환입니다.

7. 올드보이 무더기 출마

내년 총선에는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무더기 출마가 예상됩니다. 국민의힘에도 이인제·김무성 등 몇 사람이 있지만, 숫자는 민주당 쪽이 훨씬 더 많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군인은 마지막까지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는 것이 미덕입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민주당 전체로 보면 올드보이들의 무더기 출마는 악재입니다. 출마를 막겠다고 경선에서 배제하면 탈당 및 무소속 출마가 가능합니다.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공표하고, 당 지도부가 당사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8. 낙관론

민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윤석열 정권이 워낙 죽을 쑤고 있기 때문에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총선은 민주당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총선은 대선보다 훨씬 더 예측이 어렵습니다. 역대 총선 결과를 언론이 매번 ‘이변’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언론이 표심을 정확히 읽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또 실제로 표심이 막판까지 심하게 요동을 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총선은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한 태도로 최선을 다하는 쪽이 대개 이겼습니다. 낙관하는 쪽이 졌습니다.

9. 여론조사

“윤석열 대통령은 싫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15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31%, 부정 62%였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6%, 민주당 34%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윤석열 대통령을 싫어하는 유권자 중에서 상당수를 민주당이 놓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만약 국민의힘 비대위가 혁신에 성공하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올라갈 것입니다. 그때 가서 민주당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10. 리더십

지금까지 말씀드린 민주당의 위기는 모두 이재명 대표의 책임입니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그걸 왜 나 혼자 다 책임져야 하느냐”고 억울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표란 본래 그런 존재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 나섰을 때 주변에서 강하게 만류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벌어지는 바로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그랬던 것입니다. 인제 와서 되돌릴 수는 물론 없습니다. 민주당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하는 책임은 100% 이재명 대표에게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본인의 사법 리스크는 또 그것대로 이겨내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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