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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 속에서도 60여년 꾸준히, 일본서 한반도 평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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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이 사이타마 합창단에 통일문화상을 시상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한국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를 지지해온 일본의 노래운동 시민단체 ‘사이타마 합창단’이 ...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이 사이타마 합창단에 통일문화상을 시상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한국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를 지지해온 일본의 노래운동 시민단체 ‘사이타마 합창단’이 제25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청년평화상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온 팟캐스트 ‘사부작’이 뽑혔다. 시상식은 간토대지진 100주기를 맞아 조선인 희생자 추모 공연차 방한한 사이타마 합창단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8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렸다.

1961년 창단한 사이타마 합창단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이타마현 시민들의 노래 모임이다. <아리랑> <아침이슬> <우리의 소원은 통일> 같은 노래를 일본 시민사회에 소개하고,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일본의 식민지배 청산과 평화헌법 수호를 외치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두 나라 시민들의 연대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2019년에는 3·1운동 100돌을 맞아 해방 이후 일본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문화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합창단은 특히 사이타마현에 많이 거주하는 재일조선인들의 삶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코로나19 때에는 조선학교 유치원이 재일조선인들의 학교라는 이유로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자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사부작은 ‘사이좋게 북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작은 수다’의 줄임말이다. 2018년 1월에 시작해 지금까지 200여 차례 방송을 내보냈다. 정치적, 이념적 틀에 갇히지 않고, 북한이탈주민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남한 청년 출연자들과 함께 자유분방하게 들려준다.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작지만 하나하나씩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사부작은 최근 2020년까지의 방송 내용을 정리해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랍니다>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펴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사연을 담은 ‘굿즈’를 제작·판매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사이타마 합창단은 수상 소감을 통해 1998년부터 시작된 한국 시민사회와의 음악 교류를 하나하나씩 회고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불행한 과거를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일 시민연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마음 속으로부터 기원하고 지원하면서 재일동포 및 한국 시민사회와 오래오래 교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사부작은 “이 방송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인 북한이탈주민 출연자들께 이 영광을 전하고 싶다”며 “지금까지의 방송 경험을 통해 ‘수다 자체가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자로 나선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문정인 이사장은 사이타마 합창단을 향해 “혐한 감정이 기승을 부린다는 일본에서 재일조선인 및 한국 시민단체와 지속적으로 연대해온 것이 놀랍고도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최우성 한겨레 대표이사는 “이번 청년평화상이 사부작이 더 크게 자라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축하 공연에 나선 가수 손병휘씨는 “아시아인들이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단 하나라도 있다면, 아시아의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경을 초월한 시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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