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법사위 회부 동의 건 투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국회에서 벌어졌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30일 재연됐다. 3주 전 탄핵안 표결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이 무산되자 탄핵안을 철회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재시도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기존에 여야가 합의해둔 이틀간의 본회의 일정을 활용해 ‘30일 본회의 보고→1일 표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민의힘은 밤샘 연좌 농성에 돌입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은 2시30분께 본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본회의 개최에 반대해 연좌농성을 벌인 탓이다. 의원들은 ‘편파적인 국회 운영 국회의장 사퇴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약 35분간 복도에 앉아 구호를 외쳤다. 의원들이 복도에서 “탄핵 중독 탄핵 남발 민주당을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칠 동안 의장실 안에선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여당 중진 의원들이 김 의장 설득을 시도했다. 김 의장이 본회의를 예정대로 열기로 하고 본회의장으로 이동하자 의원들은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이날 본회의에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됨으로써, 탄핵안은 1일 본회의 표결 수순에 올랐다. 국회법에 따라,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밤 9시부터 1일 아침 7시까지 예정으로 국회 중앙홀에서 밤샘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 위원장 등 탄핵소추안은 내년 4월 총선 전략과도 관련 있다. 총선 앞 여론 지형이 중요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방송 장악’ 행태를 멈추길 원하고, 국민의힘은 ‘방통위 마비 의도’라며 맞선다. 검사 탄핵소추안의 경우, 민주당은 검찰의 문제점을 부각함으로써 12월 ‘김건희 특검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연 규탄대회에서 “이동관 위원장을 탄핵하는 건 총선 때까지 방통위 기능을 마비시키고, 지금처럼 편향적인 방송언론 환경을 유지하려는 정략적 목적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앞서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이정섭 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 지휘한 검사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수사 방해 또는 보복의 수단으로 검사를 탄핵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고 했다.
여야가 탄핵소추안을 놓고 충돌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은 더욱 어렵게 됐다. 예산안 국회 처리의 법정시한은 12월2일이지만, 여야는 쟁점 예산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탄핵 절차를 막기 위해 예산안 합의 자체를 지연시킨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예산안 증액을 하려면 정부의 동의도 필요하다. (민주당이) 그걸 마치 여당이 지연시키는 것처럼 탓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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