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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 나쁜 세상 막아야”…‘병립형 비례’ 또는 ‘위성정당’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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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구로구 더세인트요양병원에서 열린 간병비 급여화 정책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선거제 개편과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구로구 더세인트요양병원에서 열린 간병비 급여화 정책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상식과 보편적 국민 정서를 고려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 방향을 논의할 당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또는 ‘위성정당을 유지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말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현실의 엄혹함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각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집권 여당의 과거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상과 현실 중에 현실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도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최근 벌어진 (선거제 개편 관련) 여러 논쟁들도 이 문제와 관련해 현실을 어떻게 파악하느냐, 우리의 역할을 뭐라고 규정하느냐 진단과 대처 방안이 다른 것(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가 나아가야 될 길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다른 생각’은 당 안팎의 선거제 개혁론자들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방지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을 배분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일부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제도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지난 총선 때 이를 도입하고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해 거세게 비판받았다. 이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다른 야당, 진보개혁 성향 시민단체들은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 대표 역시 지난 대선 때부터 같은 주장을 강력하게 펴왔다.

하지만 정작 내년 총선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이 대표는 선거제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정당 득표율로만 비례 의석을 나누는 병립형 회귀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는데도 민주당이 태도를 정하지 못한 것은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비춰보면, 이날 이 대표가 “현실의 엄혹함” “이상과 현실”을 거론한 것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회귀 또는 위성정당을 전제로 한 준연동형 쪽에 마음이 기울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을 유지할 경우 지난 총선 때처럼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태도인데, 민주당이 ‘명분’에 따라 이를 만들지 않으면 국민의힘보다 최소 20석~최대 35석을 뒤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최근 당 안팎에 공유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표가 좀 더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준연동형을 하면서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안 만들면 우리가 손해다. 결국 병립형이나 위성정당이 가능한 준연동형 두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이 대표 쪽 인사는 “당대표로서 당원·지지자들과 정치 현실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한 게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통과를 주장해온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28일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에 불출마하겠다. 우리 당이 고전하는 험지 어디든 가겠다”고 밝혔다. 선거제 퇴행을 막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다.

이우연 고한솔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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