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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포문 열린 남북 접경지대…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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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26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할 목적으로 ‘한·미·일 해상훈련’을 벌였다고 해군이 밝혔다. 왼쪽부터 미...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26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할 목적으로 ‘한·미·일 해상훈련’을 벌였다고 해군이 밝혔다. 왼쪽부터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기리사메함, 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스터릿함. 미 해군 제공

육해공에서 적대행위 중단을 약속한 9·19 남북 군사합의 내용 가운데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11곳 시범 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는 가장 상징적이고 가시적인 조처로 꼽혀왔다. 지난 24일부터 북한군이 철수했던 비무장지대 내 최전방 지피 11곳을 복원해 병력을 투입하고 무반동총 등 중화기를 반입한 것은, 북한이 지난 23일 9·19 군사합의 완전 무효화를 선언한 뒤 가장 눈에 띄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일단 구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고 커져만 가는 눈덩이처럼 남북의 대응이 맞물리면 우발적 군사 충돌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남북 정전협정은 비무장지대에 권총, 반자동소총까지만 반입 가능하고 중화기는 반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수십년 전부터 북한은 비무장지대 내 지피에 박격포와 14.5㎜ 고사총, 무반동총 등 중화기를 배치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군도 비무장지대에 K-6 중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배치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지피는 존재 자체가 정전협정 위반이지만 휴전 이후 한국이 70여개, 북한이 150여개 지피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는 말뿐이고 실제는 중무장지대이고, 상대 소총과 기관총 사거리 안에 있는 남북 지피는 우발적 충돌에 항상 노출돼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에서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를 명시했다. 남북은 그해 9·19 군사합의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범 조처로 상호 1㎞ 이내에 근접한 남북 지피 11개를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2018년 11월까지 지피를 폭파·철거하는 방식으로 11개 지피에서 철수했지만,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어 더 이상 지피 철수는 진행되지 않아 현재 비무장지대 내 남북 지피는 대부분 종전처럼 운용되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남북이 상호 철거한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위치

군당국은 지피 복원이 9·19 군사합의 무효화의 신호탄이라 이 합의 전반에 대한 무효화 조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23일 9·19 군사합의 파기를 발표했으니 그 일환으로 기존 지피 시설물을 복원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북한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재무장화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남북은 2018년 10월25일부로 이 지역의 남북 지역 초소, 병력, 화기를 모두 철수한 바 있다.

지피 복원과 함께 서해 북한 해안포 개방도 늘어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존에는 평균 1개소에 1~2문 정도의 해안포가 개방돼 있었지만, (최근) 개소당 10문 이상, 기존 대비 몇배씩 많아졌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상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서해 135㎞, 동해 80㎞)에서는 포 사격과 해상 기동훈련 중단, 해안포와 함포 포구·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를 해야 한다. 북한 해안포 위협이 계속 높아지면 한국은 9·19 군사합의로 중단했던 연평도 해병대의 K-9 자주포 해상 사격 훈련 재개로 대응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한국이 이미 효력 정지한 공중 적대행위 중단에 이어 해상 적대행위 중단도 휴지 조각이 된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27일, ‘한국군도 지피를 복원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응 조치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해, 비무장지대 한국군 지피 복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북 대응이 맞물리면 남북 접경지대에 땅·바다·하늘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9·19 군사합의 기본틀이 허물어지게 된다. 북한 지피 복원을 두고 눈덩이가 비탈을 구르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과 관련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로부터 25~27일 사이의 정찰위성 운용 준비 경과를 보고받았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태평양 괌의 미국 앤더슨 공군기지, 이탈리아 로마 등 여러 지역을 촬영한 자료를 보고받았다고 중통은 전했다.

권혁철 기자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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