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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비전 민주당’ 대신 ‘200석’ 낙관론만

Summary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8·25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8·25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대의 압승을 거둔 직후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해찬 후보가 송영길 김진표 후보를 누르고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민주정부 20년 연속 집권을 위한 당 현대화 작업”을 선언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강한 리더십으로 계파 논쟁을 불식시켰습니다. 당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했습니다. 시스템 공천을 했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2020년 4·15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민주당은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줬습니다. ‘민주정부 20년 집권론’은 민주당과 이해찬 대표의 오만을 상징하는 단어로 남았습니다.

2022년 8·28 민주당 전당대회는 암울한 분위기였습니다. 2022년 3·9 대선 패배, 6·1 지방선거 참패 뒤에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77.77%의 득표율로 대표에 선출됐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미래 정당, 유능하고 강한 정당,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 그리고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이 약속 반드시 지키고 실천하겠습니다. 구조적 소수인 민주당이, 정부 여당의 실패나 우연에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리하는 길은, 지역주의를 넘어선 전국정당화입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준비, 그리고 실천을 통해서, 민주당의 전국정당화,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 이후

1년2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미래 비전은 보이지 않습니다. 혁신과 통합은 미완성입니다. 전국정당화도 갈 길이 멉니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지난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민주당 승리가 확정되자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그러나 잘나가면 오만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당내에서는 총선 낙관론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11월로 넘어오면서 200석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가 11월3일치 6면에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 가능…벌써 ‘총선 200석’ 거론하는 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4일치 26면에는 “200석 ‘절대 의석’ 꿈꾸는 야”라는 제목의 칼럼도 썼습니다.

“민주당 안에서 돌아가는 200석 행복 회로에 브레이크는 없어 보인다.”

“야당이 200석을 거론하는 상황에서도 여당은 태평해 보인다.”

“민주당의 오만에 기대 반사이익을 얻으려 할 뿐 실질적 성과로 승부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을 보면, 반대로 민주당이 정말 200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민주당 200석을 막으려면 국민의힘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민주당 열성 지지층이 모여 있는 몇몇 대화방에서는 이 칼럼을 공유하며 환호했습니다. “조선일보도 민주당 200석을 전망할 정도니 이번 총선은 끝났다”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총선 승리 낙관론에 취해 문해력이 마비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여당, ‘공매도 금지’ 등 몸부림치는데…

심상치 않은 기류에 이재명 대표가 다시 단속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11월6일 총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박하고 낮은 마음으로 겸허하게 총선에 임하도록 하겠다.”

“항상 주권자인 국민을 두려워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내부에 있을, 혹여라도 있을 오만함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재명 대표의 경계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낙관론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두가지 근거를 들었습니다.

첫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입니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56.52%를 득표했고,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39.37%를 득표했습니다. 이 정도 격차면 서울에서 21대 총선 수준의 압승을 거둘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서울 49개 선거구 가운데 41개 선거구에서 승리했습니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국민의힘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럴까요? 제가 하나씩 반박해 보겠습니다.

첫째,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김태우 전 구청장 때문에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을 사면 복권해서 출마시켰습니다.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선거였습니다. 이런 선거에서 김태우 후보가 39.37%나 득표했다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여전히 단단하다는 증거입니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비슷한 수준입니다. 많은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은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11월9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34%, 부정 평가는 60%였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1%, 민주당 28%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이런 추세는 보궐선거 이전이나 이후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2020년 21대 총선을 5개월 앞둔 2019년 1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46%, 부정 46%였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자유한국당 21%였습니다. 21대 총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180석,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103석이었습니다. 선거 5개월 전 정당 지지도 격차가 총선 의석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입니다.

22대 총선을 5개월 앞둔 1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윤석열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36%, 부정 55%였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4%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4년 전 흐름이 재현된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가 비슷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의대 정원 확대,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등 “총선에서 표를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세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습니다.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기대어 총선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도박입니다.

‘이준석 신당’에 대한 민주당 사람들의 섣부른 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바보가 아닙니다.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그냥 보고 있을 리 없습니다. 대선 직전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했듯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가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지금 보궐선거 결과를 확대하여 해석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 및 이준석 신당 출현 등 이른바 ‘손님 실수’에 기대어 총선 승리를 낙관할 때가 아닙니다.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 약속했는데

경향신문 강병한 정치부 차장이 11월7일치 26면에 “‘보이지 않는’ 이재명”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 구속영장 기각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으로 그의 화려한 컴백이 예상됐다. 정부·여당과 검찰의 공세는 기가 꺾였고, 당내 비주류의 반발은 주춤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지금부터는 ‘이재명의 시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슈의 중심에서 이 대표는 조금 멀어져 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뉴스를 독식하는 쪽은 여권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척점에는 제1야당 지도자인 이 대표가 아니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리한 분석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지금 맞닥뜨린 장애물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고 봅니다. 총선 승리를 낙관하는 오만함도 아니라고 봅니다. 미래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즉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의 한계가 위기의 본질일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2022년 8·28 전당대회 이재명 대표 수락연설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재집권을 위한 토대 구축이라는, 이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정신으로 임하겠습니다. 살을 깎고 뼈를 깎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습니다. 오로지 혁신의 결과와 민생 개혁의 성과로 평가받겠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만들겠다는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이 ‘이재명의 민주당’은 아닐 것입니다.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민주당,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민주당일 것입니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재명 대표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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