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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영입위원장에 ‘윤핵관’ 앉힌 국힘…혁신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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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내년...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에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재선)을 2일 임명했다. 이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지 19일 만에 다시 총선 대비 주요 당직에 복귀하게 됐다. 국민의힘 쇄신의 핵심 과제로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 타파’가 꼽히는 상황에서 ‘윤핵관’의 당직 복귀로 혁신 의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맞는 “윤심 100%” 인사들이 공천 대상으로 영입될 거란 우려에서다. 혁신위원회가 ‘내부 통합’과 ‘영남 물갈이’에 집중한 채, 대통령실을 향한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있는 점을 두고도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하고, “인재영입 활동이 오래전부터 계속됐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전문 인사’ 비판에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좀 더 발전시킬 분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해달라. 인재영입 최종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이번 최고위의 결정으로 이철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한 지 19일 만에 다시 당의 공천 과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로 복귀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후보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7.15%포인트 차로 크게 패배하자, 사흘 뒤 다른 임명직 당직자 전원과 함께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기현 대표는 “당과 정부, 대통령실의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겠다”며 ‘2기 지도부’를 꾸리는 한편, 지난달 23일에는 인요한 혁신위원회도 출범시켰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 임명으로 혁신 의지는 흐려지고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김웅 의원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심기에 거슬리면 같은 당 의원도 내쫓겠다고 겁박하는 이철규 의원이 과연 어떤 인사를 영입하겠느냐.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썼다. 앞서 이 위원장이 사무총장 시절인 지난 8월 의원총회에서 “함께 항해하는데 멀쩡한 배에서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며 비윤계를 겨눈 일을 가리킨 것이다.

허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기어이 ‘아내의 유혹’을 찍어버린다. 점 하나 찍고 돌아온다고 국민들이 믿어주시겠냐고 했던 제 말을 이렇게 현실화하면 곤란하다”고 적었다. 그는 “‘대통령께 할 말 하겠다’는 다짐은커녕 최소한의 국민 눈치도 못 보는 현실 인식”이라며 “이번 인사를 보니 김기현 대표는 내려오셔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먹고살 만해졌다고 생각하나 보군. 역시 노답”이라며 “오늘 인선 보고 대부분 그저 오만과 편견에 갇혀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적었다. 한 당직자도 “(비판이) 엄청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이철규 위원장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위로·격려 차원에서 마련한 ‘1기 김기현 지도부’와의 만찬에도 박성민 전 전략기획부총장 등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혁신위가 ‘수평적 당-대통령실 관계 정립’에 관해 침묵하고 있는 점을 두고도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하고도 거침없이 얘기할 것”이라고 했으나, 이후 “대통령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월권”(지난 1일)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있다. 혁신위는 대신 ‘통합’을 명분으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취소를 ‘혁신안 1호’로 제시했고, 최고위는 2일 이를 수용해 의결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정 관계 똑바로 세우랬더니 혁신위 1호 안건으로 갑자기 ‘대사면’을 얘기하고, 당은 이걸 받아들이고 자기들끼리 논란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 지도부가 난색을 표할 만큼의 혁신적인 안건을 제시할 거라 기대했는데, 징계 취소안은 기대에 못 미치는 혁신안”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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