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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방부 차관은 넘버 2 아닌 넘버 9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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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44·45대 국방부차관 퇴임 및 취임식에서 김선호 신임 국방부차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겨레 뉴스레터 H:730 ...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44·45대 국방부차관 퇴임 및 취임식에서 김선호 신임 국방부차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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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방부 장·차관이 바뀐 데 이어 합동참모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국군 대장 7명이 모두 교체됐다.

김선호 국방차관은 육사 43기(1983년 입교)로 수도방위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이다. 8년 만에 예비역 중장이 국방차관을 맡으면서 오래된 논란인 ‘국방차관 서열’이 다시 관심을 모은다.

차관은 중앙행정기관인 행정부처의 장관 다음의 제2인자인 정무직 공무원이다. 이른바 ‘넘버 2’로, 장관 부재 시 직무를 대행한다.

그런데 다른 부처와 달리 국방차관은 ‘넘버 9’ 대접을 받는다. 국방차관은 장관과 대장 7명 다음이라 서열 9위다.

정부조직법에는 “차관은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하며, 그 기관의 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장관이 해외순방 등으로 부재할 경우 차관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필요할 경우 합참의장의 보고를 받고 지시도 내려야 한다.

그런데 국방차관이 서열 9위이고 합참의장이 2위여서, 서열을 중시하는 군 특성상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한다. 2017년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 때는 “국방부 장관 부재 때 합참의장이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국방부 차관을 보좌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3일 오전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국방부,  합참, 각 군 및 기관의 주요직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3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 국민의례 모습. 국방부 제공

대통령령인 ‘군예식령’을 보면, 의전 서열이 국방장관(1위)-합참의장(2위)-육·해·공군 참모총장(3~5위)-대장(6~8위,지상작전사령관·제2작전사령관·한미연합사 부사령관)-국방부차관(9위)-중장(10위) 순이다. 국방차관은 대장(4성 장군)과 중장(3성 장군) 중간쯤 예우를 받아 3.5성으로도 불린다. 군예식령에는 사열하거나 이취임식을 할 때 군악대가 쏘는 예포의 수가 대통령 21발, 대장 19발, 중장 17발, 소장 15발, 준장 13발인데 국방차관은 중장과 같은 17발을 쏘도록 명시하고 있다.

‘넘버 9 차관’은 단순히 의전 문제가 아니라 문민통제에도 장애가 된다. 현재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은 물론이고 야전군 사령관(지상작전사령관·제2작전사령관)의 서열이 국방차관보다 높다. 이 때문에 합참과 각 군 본부 간부들이 국방차관의 지시를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의 지시보다 무게를 두지 않는 일이 생긴다. 국방장관과 국방차관의 리더십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기둥인데, 국방차관의 리더십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문민통제가 민주주의 기본으로 확립된 선진국들을 보면, 국방차관이 현역 대장보다 서열이 높다. 한국도 원래 국방차관이 대장보다 서열이 낮지 않았다. 1948년 8월16일 국방부가 출범한 이래 수십 년에 걸쳐 확립된 국가공무원과 군인·군무원의 예우 수준을 살펴보면, 장관-차관-대장-중장-소장-준장 순이었다. 1968년도 ‘국방백서’에도 명시된 서열이 최영희 국방장관-이형호 차관-임충식 합참의장 순이었다.

언제 국방차관이 넘버 2에서 내려왔을까. 장관-차관-대장이던 서열이 바뀐 것은 전두환 때다. 1979년 12·12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등 신군부는 1980년 7월29일 국무총리훈령 제157호 ‘군인에 대한 의전 예우 지침’을 만들었다.

이 지침은 군인 예우를 기존 의전서열상 동일한 예우의 공무원보다 두 단계나 상향시켰다. 이에 따라 준장은 3급 공무원 예우에서 1급이 됐다. 소장은 2급에서 준차관, 중장은 1급에서 차관, 대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게 됐다. 이후 대장이 차관보다 서열이 앞서게 됐다. 당시 군인 예우를 파격적으로 높인 것은 신군부 쿠데타에 대한 군 내부의 반발을 무마, 회유하려던 편법이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국무총리훈령 제157호를 폐지하고 대장 예우를 1급으로 내리려고 했다. 그러나 군에서 “갑자기 서열을 낮추면 군 사기가 저하된다”는 논리로 반대해 무산됐다.

군인사법상 ‘장관급 장교’란 용어도 오해를 부추겼다. 군인 계급상 장관(將官)은 준장·소장·중장·대장 같은 장군을 가리킨다. 그런데 군 안팎에서 장관(將官)을 행정 각부의 장관(長官)으로 착각해, 별 하나인 준장이 차관보다 높다는 오해가 생겼다. 이런 착각과 오해를 없애려고 2017년 3월 개정된 군인사법에서는 ‘장관급 장교’를 ‘장성급 장교’로 용어를 바꿨다.

김선호 차관이 예비역 중장이라, 국방차관은 중장급이란 기존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국방차관에 예비역 장군이 기용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해온 만큼 국방차관을 ‘넘버 9’에서 ‘넘버 2’로 정상화할 만하다.

국방차관의 서열·지위 혼선은 군인사법이나 군예식령 등에서 장관 다음에 차관이라고 서열을 명시하고, 43년 전 전두환이 비정상적으로 올린 군인 예우 기준을 내리면 해결할 수 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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