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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된 대법원장, 도망간 김행…‘정권 수준’ 드러낸 인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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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부결된 대법원장, 도망간 김행...정권의 수준 드러낸 ‘인사참사’. 한겨레TV 인사 참사도 이런 인사 참사가 없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에서 ...

[논썰] 부결된 대법원장, 도망간 김행...정권의 수준 드러낸 ‘인사참사’. 한겨레TV

인사 참사도 이런 인사 참사가 없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1988년 이후 35년 만의 일입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도망가버리는 상식 이하의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인사청문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입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제공했습니다. 먼저 대법원장 후보자부터 보겠습니다.

[논썰] 부결된 대법원장, 도망간 김행...정권의 수준 드러낸 ‘인사참사’. 한겨레TV

이균용: 대법원장 공백보다 부적격자 임명이 더 큰 재앙

대법원장은 장관처럼 야당이 반대해도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아무런 견제 없이 사법부를 자기 사람으로 채울 수 있다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공화국의 뼈대가 무너집니다. 헌법(제104조)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에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때 법원 안팎의 신망을 고려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자질을 명분으로 제시했습니다. 야당이 반대하면 설득하는 노력도 했습니다. 지난 35년 동안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한번도 부결되지 않았던 배경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인 이균용 후보자를 지명했습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재산신고 누락, 땅 투기, 농지법 위반, 배우자의 증여세 회피 등 숱한 의혹이 불거지고 “법을 몰랐다”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는 등 결격 사유가 차고 넘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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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야당이 부적격으로 판단해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습니다.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인사청문회법상 열흘 이내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 기한을 단 이틀로 정했습니다. 야당의 반대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이러면서 어떻게 대법원장 임명동의를 해달라는 건지, 후안무치하기 그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부적격자를 사법부 수장에 앉히는 것이야말로 그 공석 사태보다 더 큰 재앙입니다. 사법부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역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법치주의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게다가 차기 대법원장은 윤 대통령 임기 동안 거의 대부분이 바뀌는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는 등 어느 때보다 막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라는 게 절대 생겨서는 안되는 극단적 상황도 아닙니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 궐위 사태를 예상하고 권한대행 규정까지 마련해두고 있습니다(제13조 ③ 대법원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임대법관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 사법부가 마비된다거나 하는 상황은 없는 것입니다.

이제 윤 대통령이 새로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는데, 또 어떤 ‘오기 인사’를 할지 벌써부터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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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일부에서 이런 얘기도 있어요. 이번은 그냥 희생타고 다음에 보내려고 일부러 이런 사람, 이 후보자를 보냈다. 이런 얘기도 지금 나오는데.

진행자: 그런 얘기도 있어요? 진짜 후보자는 기다리고 있다?

홍익표: 네, 그런데 저는 분명히 윤석열 정부에게 경고하겠는데요. 이런 인물들을 계속 보내면 제2, 제3이라도 저는 부결시킬 생각입니다.

진행자: 이균용 후보자 같은 인물을 또 보내면 두 번째든 세 번째든 네 번째든 계속 부결이다.

홍익표: 저는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사법부의 공백도 문제지만 부적절한 인물로 인해서 사법부가 공황 상태에 빠지는 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0월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윤 대통령은 야당을 비롯해 국민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대법원장 후보자를 신중하게 지명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도 함부로 강행해서는 안 됩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모습은 ‘이 나라에 장관을 할 만한 사람이 이렇게 없나’ 하는 탄식이 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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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의혹 해명 못하고 ‘줄행랑’…“수사해야” 지적

김행 후보자의 ‘청문회 줄행랑’은 말문이 막히게 합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될 때 자신과 배우자가 소유한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의 지분을 백지신탁하거나 처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시누이 등에게 팔았다가 나중에 다시 사들였습니다. ‘주식 파킹’ ‘통정 매매’ 의혹입니다. 공직자 백지신탁 제도를 무력화하는 ‘꼼수’이며, 불법 행위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5일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답변했습니다. 참 뻔뻔합니다. 관련 자료도 “기업 영업활동”, “사생활”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자료가 가공된 자료라, 우리가 요청한 자료라 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걸 어디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내놓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이거는 학교에서 리포트 낼 때나 이렇게 하는 거고, 원데이터를 다 주셔야 됩니다. (10월5일 국회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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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한 자료 제출에 대해 질타가 이어지자 김 후보자는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청문회를 진행하던 권인숙 위원장이 “도저히 감당 못 하시겠으면 사퇴하시라”고 지적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김 후보자를 데리고 청문회장을 나가려 했습니다. 이를 제지하는 야당 의원들과 고성이 오가다 밤 10시42분께 청문회가 정회됐고 약 한 시간 만에 속개됐지만 김 후보자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 후보자는 2006년 디시인사이드 우회상장 및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투자회사(글로벌리소스·넥서스투자)에 재직한 경력을 누락하기도 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추궁하자 ‘착각’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사외이사로 일했으면서도 ‘근무한 게 아니다’라고 우겼습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넥서스투자라는 데 근무하신 적은 없습니까?

김행 후보자: 근무는 하지 않았고요.

김한규: 노컷뉴스와 인터뷰할 때도 넥서스투자 상임고문이라고 소개가 됐고, 2015년 예비후보 등록을 할 당시에 언론사에서 후보자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경력에 넥서스투자 상임고문으로 돼 있어요. 그러면 허위로 자료를 기재했다는 건가요?

김행: 이걸 보니까, 제가 생각했을 때 상임고문이라는 것은 저의 착각인 것 같은데요.

김한규: 글로벌리소스에서 근무하신 적 있으신가요?

김행: 근무한 건 아니고요.

김한규: 사외이사 경력으로 근무하신 적 있으시죠?

김행: 이사는 근무를 하는 건 아니죠. (10월5일 국회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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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가 운영한 ‘위키트리’는 조회수를 올리려고 성범죄를 자극적으로 묘사하고 ‘피해자가 조심하면 성범죄를 피할 수 있다’는 식의 2차 가해 보도를 일삼았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김 후보자는 “이게 현재 대한민국 언론 현실”이라면서 애먼 언론사들을 끌고 들어갔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전체 4804곳 인터넷 언론사 중에서 시정권고 1~2등을 다퉜던 게 위키트리인데, 이래도 위키트리의 혐오 장사가 대한민국 언론 모두의 현실이고 책임입니까? (10월5일 국회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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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장관 후보자라고 할 수 없는 행동과 태도입니다. 김 후보자는 ‘범죄자 취급을 한다’고 반발했지만, 제기된 의혹의 내용을 보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장관이 공직 후보자들의 검증에 대해서 문재인 정권 때 그 기준을 마련해 놓으셨잖아요. 저는 김행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 수사했던 것처럼 수사했으면 좋겠어요. 조사하고 수사해서 사실관계를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조사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우리 편은 조사하지 않고 수사하지 않는다는 공정과 상식의 문제까지도 비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월5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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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날리면’ 시즌2…자료 제출 거부 ‘김행과 판박이’

유인촌 후보자도 못지 않습니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 시절의 욕설 논란에 대해 “그때 감정 표현을 과하게 했습니다만, (방송사에서) 자막으로 ××를 붙여놨다. 허위이고 조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버젓이 동영상이 남아있는데 이렇게 우깁니다. ‘바이든, 날리면’ 소동이 떠오릅니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전면 부정하면서 “(관련자들이) 전부 구속되고 징계받았는데 왜 저를 구속 안 시켰는지 지금도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민간 전문가와 문체부 공무원, 파견 검사 등으로 꾸려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동안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의혹을 조사해 백서를 펴냈는데, 사실상 유 후보자를 블랙리스트 ‘몸통’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만 직권남용죄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라 유 후보자를 고발하기 어려웠다는 게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처벌받지 않았으니 결백하다는 유 후보자의 주장에는 이런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또 유 후보자는 자녀가 대학생 때 6억원대 아파트를 사는 등 거액을 증여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는데도 증여세 납부 자료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자녀들이 이미 다 장성해서 독립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녀 본인들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끝내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김행 후보자나 유인촌 후보자나 뻔한 사실을 아니라고 우기고 불리한 자료를 숨기는 행태가 너무나 비슷합니다.

[논썰] 부결된 대법원장, 도망간 김행...정권의 수준 드러낸 ‘인사참사’. 한겨레TV

신원식: “붕짜자붕짜~” 나라가 창피한 국방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이 하나의 장면으로 족하다고 봅니다.

신원식 후보자: 문재인이 멸망을 기다리고 벌써 6일 전에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기 때문에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문젭니다. 이 기쁜 날에 비도 오는데 기분 좋게 저랑 춤추면서 합시다. 안 내려오면 붕짜자붕짜.” (2019년 9월21일 부산 광복동에서 열린 극우 집회)

이런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하겠다니 나라가 창피합니다. 수많은 현역·예비역 장성, 국방 전문가들 중에 장관 할 사람이 그렇게 없다는 말입니까.(국방장관 부적격자 신원식, ‘지명 철회’가 답인 이유 [논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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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인사검증 실패 ‘무능+무책임’

끝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온갖 비리 의혹에 휩싸인 자격 미달 후보자들을 사전에 검증하지 못한 책임입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하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지금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사정보관리단이 창설될 때 논란이 일자 한 장관은 “(인사검증을 거친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낙마를 비롯해 인사 참사가 반복되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무능하고 무책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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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과연 한 나라의 국정 운영이라고 할 수 있나’ 혀를 차게 됩니다. 초등학교 학급 운영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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