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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처럼 발 뺄까 싶지만…러시아에 발목 잡힌 외국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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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는 임시 이사회 안건을 승인한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에 자동차 한 대가 서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타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지난 19...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는 임시 이사회 안건을 승인한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에 자동차 한 대가 서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타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지난 19일 러시아 현지 공장을 14만원(1만루블)이라는 헐값에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 2년 동안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러시아에서 짐을 쌌지만, 일부는 러시아 정부의 각종 규제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20일 미국 예일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CELI) 연구팀의 ‘러시아에서 철수 혹은 잔류 외국 기업 명단’을 보면 조사 대상 기업 1589곳 가운데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한 외국 기업은 3분의 1이 넘는 535곳이다.

이 조사는 지난 10년간 한해 평균 글로벌 매출 1억달러(1300억원) 이상인 러시아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철수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진출한 세계적 외국 기업들에 러시아에서 철수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런 여론 때문에 철수한 대표적인 예가 영국 에너지 기업 비피(BP)이다. 비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 뒤인 지난해 2월27일 “우크라이나 공격은 침략 행위이자 비극적인 행위”라며 30조원에 이르는 손해를 감수하고 기업 철수를 결정했다. 소련 시장 경제 전환 상징으로 불렸던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도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도적 위기”를 들며 러시아에서 32년 만에 완전 철수했다. 같은 달 스타벅스도 러시아 진출 15년 만에 짐을 쌌다.

현대차는 우리 돈 14만원(1만루블)이란 상징적 가격에 공장을 매각하되 2년 내 지분 재매수가 가능한 ‘바이백 옵션’을 넣어 복귀 여지를 남겼다. 이렇게 복귀 여지를 남긴 기업들은 502곳에 이른다. 러시아에서 기업 운영을 계속하되 작업량 축소나 신규 투자·개발을 중단해 전쟁 상황을 관망하려는 기업은 334곳이고 전쟁 이전과 다름없이 운영하는 기업은 218곳이었다.

키이우 경제대학(KSE) 연구팀이 연간 매출 500만달러(64억원) 이상의 중소기업까지 포함한 3637곳(외국인 지분 51% 이상)으로 대상을 늘려 조사했더니, 러시아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 외국 기업은 297곳(8.2%)으로 전체의 10%가 채 안 됐다. 철수를 진행하는 기업 502곳을 더해도 열에 두곳 정도(22.0%) 수준이다. 반면 투자 중단(155곳), 투자 규모 축소(392곳), 일시적 운영 중단(709곳)은 1200여곳이었다. 애초 이들 두 연구팀은 외국계 기업들이 러시아에 내는 세금이 전쟁자금으로 쓰이지 않도록 기업 철수를 압박하기 위해 이러한 정보를 공유해왔다. 누리집 ‘리브 러시아’(러시아를 떠나라)를 운영하는 키이우 경제대학 연구팀은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맞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를 결정하고도, 사업을 계속해온 기업을 추적해 (사실상) 전쟁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철수 약속’을 하고도 러시아에서 발을 빼지 않는 기업도 많다. 네덜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이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담배회사 필립모리스 등이 그렇다. 중국 샤오미처럼 무주공산 상황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를 떠나지 못하는 처지인 경우도 많다. 러시아가 막대한 기부금이나 기업 자산의 대폭 할인 매각을 강제하는 일 때문이다. 실제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 네덜란드 하이네켄, 독일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 등이 이런 피해를 입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떠나려는 기업들에 정부와 엘리트층, 우크라이나 전쟁에 도움이 되는 (철수) 조건을 설정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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