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가톨릭교회 민간인 모녀 사살…교황 “이것이 테러”

이스라엘군 저격수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톨릭 교회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모녀를 사살했다고 로마 가톨릭교회 예루살렘 총대주교청이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튿날 이 사건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인질에 대한 오인 사격에 이어 벌어진 사건으로, 이스라엘군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루살렘 로마 가톨릭 라틴 총대주교청은 16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이날 정오 무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기독교 가정이 피신해 있는 가자지구 교회 안에서 이스라엘 저격수가 기독교인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고 교황청 매체인 바티칸 뉴스 등이 전했다. 총대주교청은 “나히다와 그의 딸 사마르는 수녀원으로 걸어가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총대주교청은 이들 모녀 외에도 이날 교회에서 다른 사람을 보호하려다가 7명이 총격을 받아 다쳤다고 밝혔다. 총대주교청은 “경고도, 통보도 없었다. 그들은 교전 당사자가 없는 교구 내에서 냉혹하게 총격을 받았다”고 이스라엘군을 비판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가자지구 내 유일한 가톨릭 교회 시설이 모여있는 곳이다. 교회 뿐 아니라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와 수녀원 등이 있다. 바티칸 뉴스는 이스라엘군은 교회 시설 안에 로켓 발사대가 있다고 주장하며 공격을 했다고 전했다.

총대주교청은 또한 수녀원에 이스라엘군 탱크가 발사한 포탄이 떨어져 수녀원 발전기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 수녀원에는 장애가 있는 이들 54명이 머물고 있었고 파괴된 발전기는 수녀원에 전기를 공급하는 유일한 장치였다고 밝혔다. 이후 수녀원은 두 차례 더 로켓 공격을 받았고 더 이상 사람이 머물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삼종기도 끝 무렵 “가자지구에서 매우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소식들을 계속 받고 있다”며 “한 어머니와 그의 딸이 죽었고, 다른 사람들은 저격수가 쏜 총에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은 테러리스트는 없고 가족과 어린이, 환자, 장애인만 있는 곳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테러이고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것은 전쟁이고 테러”라며 “평화를 위해 주님께 기도 드리자”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에서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갔던 자국 20대 남성 3명을 적으로 오인해 총을 쏴 숨지게 했다. 더구나, 숨진 이들이 이스라엘군 수십 미터 앞에서 백기까지 흔들었으나 이스라엘군이 사격을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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