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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전쟁, 기후변화에도 끔찍한 재앙…포격에 온실가스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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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 활동가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1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 활동가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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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적은 ‘전쟁’이라는 엄정한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웃한 가자지구에선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전쟁이 이어지는 모순을 꼬집는 분석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요르단 야르무크대 연구자들은 지난달 20일 ‘가자전쟁 탄소 배출량 보고서’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는 지난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뒤 첫 35일 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총 6304만톤CO₂e(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수치)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탄소 배출량을 집계하는 ‘글로벌 카본 아틀라스’ 통계에 견줘보면, 이는 지난해 노르웨이(4100만톤)·스웨덴(3800만톤)·핀란드(3600만톤) 등 북유럽 선진국들이 1년 내내 배출하는 탄소량의 1.5배가 넘는다. 또 전쟁 전 이스라엘(5600만톤)과 팔레스타인(350만톤)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요르단 연구진은 구체적으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투입한 전투기·장갑차·전투차량 등이 작전 과정에 쓴 연료에서 192만톤CO₂e, 하마스를 궤멸하기 위해 포탄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259만톤CO₂e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포탄을 쏠 때 발생하는 탄소량은 이스라엘군이 하루에 쏜 포탄을 최대 6만발로 보고 여기에 35일을 곱해 어림잡은 수치다.

전투 행위 자체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부서진 건물이었다. 집을 부수거나 짓는 건설 산업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할 만큼 큰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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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연구진은 이스라엘 공습 등으로 가자지구 내 건물 상당수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2750만톤CO₂e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분출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평균 500㎡ 크기의 건물 5만여채가 파괴된 것을 가정해 추정치를 내놓았지만,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완파된 5만채 외에 부분 파손된 집들이 25만채 더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배출량은 보고서 예측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무너진 건물(5만채 기준)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보고서는 전쟁이 끝난 뒤 건물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2825만톤CO₂e의 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식으로 전쟁이 1년 정도 이어지면, 전체 탄소 배출량은 무려 6억2900만톤CO₂e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전쟁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다. 영국 시민단체 ‘분쟁과 환경 관측소’가 전문가들과 함께 내놓은 최신 통계를 보면, 2019년 한해 동안 전세계 군대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27억5천만톤CO₂e로 지구 전체 탄소 배출량의 5.5%에 달했다. 전세계 군대를 하나의 국가로 치면, 이들이 내뿜는 탄소량은 중국(113억9700만톤)·미국(50억5700만톤)·인도(28억3천만톤)에 이은 세계 4위였다. 지구 온난화를 위해선 전쟁을 막고 군사 분야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벌써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위기에 끼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빅토리야 키레예바 우크라이나 환경보호·천연자원부 차관은 지난 4일 이번 총회에 참석해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억5천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땅, 물, 공기를 오염시켰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도 ‘역사상 최대 기후오염자’ 가운데 하나다. 영국 더럼대와 랭커스터대 공동연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펜타곤은 2020년 5200만톤CO₂e의 탄소를 배출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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