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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선단’에 실린 러시아 원유…1년 만에 파탄 난 수출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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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흑해 연안 항구 도시 노보로시스크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송하기 위한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AP 연합뉴스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제재를 위해 지난해 1...

러시아의 흑해 연안 항구 도시 노보로시스크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송하기 위한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AP 연합뉴스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제재를 위해 지난해 12월 도입한 러시아 원유의 ‘수출 가격 상한제’가 제재 1년 만에 완전히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분석 기관들의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가 유조선을 통해 수출하는 원유 가운데 서방이 상한선으로 제시한 배럴당 60달러 미만으로 팔리는 물량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영국의 정치 위기 컨설팅 업체 ‘엔메테나 어드바이저리’의 설립자 맥시밀리언 헤스는 “올해 1분기에는 상한제가 잘 작동했으나 러시아가 2분기부터 우회하는 방법을 찾았고, 3분기에는 상한제가 사실상 끝난 데 이어 4분기에는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다. 러시아 원유 상한제 현황을 추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경제대학’ 연구팀도 지난 10월에 이미 러시아가 유조선을 통해 수출하는 원유의 99%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에 팔린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서방 주요 7개국(G7),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팔리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송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해상 보험 등 운송 관련 서비스 제공도 금지했다.

서방의 상한제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가 인도·중국·튀르키예(터키) 등으로 수출 대상국을 바꾸면서 서방의 제재를 피할 유조선 네트워크를 독자 구축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서방 주요 7개국의 유조선과 관련 서비스를 이용해 수출하던 원유 물량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4월 전체의 80%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체 물량의 71%가 자국 또는 제3국의 유조선 및 관련 서비스를 이용해 수출되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관 크플러는 러시아가 원유 수출에 활용하는 유조선을 크게 러시아 자체 보유 유조선, 서방의 기존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이란의 석유 수송을 맡던 ‘흑색 선단’,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새로 확보한 ‘회색 선단’으로 구분했다. ‘흑색 선단’이나 ‘회색 선단’은 소유 구조가 불분명하고 운영 회사가 조세 회피처 등 서방의 규제가 잘 미치지 않는 곳에 등록되어 있는 선박들을 지칭한다.

크플러는 러시아의 회색 선단 의존도가 특히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러시아 서부 지역에서 수출하는 원유의 절반 이상을 회색 선단이 맡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사의 분석가 매튜 라이트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국제 유가가 낮아서 가격 상한제가 러시아로서는 별다른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며 “원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올 여름부터 러시아가 회색 선단을 이용해 유가 상승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이런 선박들에게 어떻게 대응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의 벤 카힐 선임연구원도 “러시아는 스스로 선단을 구성하고 (서방을 대체할) 보험도 찾아냈으며 원유 관련 인적 생태계로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를 다시 되돌리기는 아주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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