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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권력 서열 3위 매카시, 초강경파에 뺨 맞고 민주당에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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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해임안 가결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초강경파의 입김에 강한 압박을 받아오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안 가...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해임안 가결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초강경파의 입김에 강한 압박을 받아오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안 가결로 축출됐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은 권력 서열 3위 하원의장이 사상 처음 해임당하면서 미국 정치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거대한 혼란에 빠져들게 됐다.

미국 하원은 매카시 의장 해임안을 3일(현지시각) 찬성 216표 대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그가 속한 다수당인 공화당은 221명 중 218명이 표결에 참여해 210명은 반대했지만 8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212명 중 표결에 참여한 208명이 모두 찬성하며 매카시 의장의 해임을 주도한 공화당 초강경파에 합세했다. 이로서 매카시 의장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지명해놓은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의원이 임시 의장을 맡게 됐다.

매카시 의장이 낙마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공화당 초강경파들의 반란 때문이었다. 이들은 지난 1월에도 무려 15차례나 선출 투표를 거듭한 끝에야 매카시 의장에게 의사봉을 쥐여주는 등 ‘작은 정부’ 구현을 위한 지출 대폭 축소와 연방정부 약화를 주장하며 강력한 압박을 이어왔다. 이들은 지난 6월에도 매카시 의장이 사상 최초의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피할 수 있도록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했을 때도 크게 반발했었다. 결국 공화당 초강경파에 속하는 맷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가 셧다운(폐쇄·부분업무정지)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민주당과 협력해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하자 2일 밤 해임안을 전격 제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임시예산안에서 빠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관련해 “(매카시 의장과) 우크라이나에 관한 합의를 하나 했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이면 합의’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초강경파의 당내 반란에 민주당이 합세하며 매카시 의장을 끌어내린 ‘묘한 상황’은 그가 선출 때 양보안으로 내놓은 해임 규정 때문에 가능했다. 의장 해임에 대한 애초 공화당 안은 발의 요건을 ‘과반의 동의’로 정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은 초강경파의 마음을 얻어 의장이 되기 위해 처음엔 ‘5명 이상’, 최종적으로는 단 1명만 나서도 해임안 발의가 가능하게 했다. 극소수 공화당 초강경파가 민주당의 전폭적 동의를 확보하면 자당 소속 의장을 쫓아낼 수 있는 구도를 만든 것이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안 제출 직후엔 ‘엑스’(X, 옛 트위터)에 게이츠 의원을 향해 “한번 해보자”며 자신감을 보였다. 셧다운을 막으려고 임시예산안 처리를 추진한 자신을 민주당이 배신하리라 예상치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3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매카시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고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를 지시했다며 그를 지켜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결론을 냈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안 통과 뒤 기자회견에서 “불행하게도 우리 당 의원들 중 4%가 민주당 편을 들면서 누가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이 돼야 하는지 지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1910년엔 공화당 소속인 조지프 캐넌 하원의장, 2015년에는 역시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해임안이 제출됐지만 부결됐었다. 베이너 의장은 결국 자신에 대한 당내 지지가 약화되자 두달 뒤 스스로 물러났다.

매카시 의장 축출로 미국 정치엔 민주-공화당 간 대립뿐 아니라 공화당의 내분이라는 또 하나의 ‘대립축’이 생겨나게 됐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의장의 측근인 톰 콜 하원 운영위원장은 “이건 오로지 혼란을 위한 투표였다”며 공화당 초강경파를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정식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40여일 안에 또 셧다운 위기를 맞는다면서 후임 하원의장 선출을 둘러싼 혼란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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