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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1세기판 실크로드’에서 이탈리아 반도는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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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있다. 발리/AP 연합뉴스 이탈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있다. 발리/AP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중국에 ‘일대일로’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6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 정부가 며칠 전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공식 통보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정부가 안토니오 타야니 외교장관의 지난 9월 중국 방문 이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중국이 사업 탈퇴를 막아보려 했으나 결국 설득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통신의 사실 확인 요청에 “노 코멘트(논평 거부)”라고 답했다.

이 결정에 따라 두 나라간 협정은 내년 3월 공식 종료된다. 올해 말까지 이탈리아가 협정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 자동 연장될 예정이었다.

이탈리아는 중국과 관계를 악화를 막으면서 사업에서 빠지는 방안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안사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두 나라가 최근 접촉에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내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 올라선 직후인 2013년 9월 중국과 유럽 사이의 무역로였던 비단길(실크로드)을 본떠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일대일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10년 동안 일대일로는 시 주석을 상징하는 중국의 주요 대외 정책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사업에 참여한 아프리카·아시아 개발도상국이 ‘부채 함정’에 빠진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에 더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한 참가국이었던 이탈리아가 빠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탈리아가 애초 이 사업에 참여 결정을 내린 것은 중국과 관계를 중시했던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때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들어선 뒤 탈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고 말했고, 귀도 크레세토 국방장관도 참여 결정이 “즉흥적이고 형편 없는 행동”이었다고 폄하했다.

이탈리아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전체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이른바 ‘디리스킹’(위험완화)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경제적 효과도 애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은 일대일로 참여 당시인 2019년의 130억유로(약 18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164억유로(약 22조4천억원)로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중국 수입은 317억유로(약 45조2천억원)에서 575억유로(약 81조9천억원)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411억유로(약 58조5천억원)까지 치솟았다.

타야니 외교장관은 지난 9월2일 이탈리아 북부 체르노비오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실크로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과 프랑스의 대중국 수출은 각각 1070억유로(약 152조4천억원)와 230억유로(약 32조8천억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선 6월엔 자국 타이어 업체 피렐리의 주요 주주인 중국 국영 기업 시노켐(중화)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임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등 중국 기업의 활동도 견제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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