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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200억에 샀다 돌려준 이탈리아 국보…독일 “다시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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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국립박물관에 전시된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고대 그리스 조각상 ‘원반 던지는 사람’을 두고 독일과 이탈...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국립박물관에 전시된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고대 그리스 조각상 ‘원반 던지는 사람’을 두고 독일과 이탈리아가 때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한 국립 박물관이 이탈리아 국보인 이 동상을 뜬금없이 ‘돌려달라’고 요청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어찌된 사연일까?

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독일 뮌헨 국립고대미술박물관이 최근 이탈리아 로마 국립박물관에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의 반환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플로리안 크나우스 뮌헨 국립고대미술박물관장은 로마 국립박물관에 보낸 서신에서 “이 조각상은 독일 정부가 당시 이탈리아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이라며 “나는 ‘원반 던지는 사람’에 대한 우리 박물관의 법적 소유권을 포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로마 국립박물관은 이 같은 요정을 단칼에 거절했다. 여기에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까지 가세했다. 젠나로 산줄리아노 장관은 4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독일 박물관 쪽 요청은 터무니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이 조각상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은 그리스 조각가 미론이 기원전 450∼440년 만든 청동상을 로마 시대인 기원후 2세기에 대리석으로 모방해 제작한 것이다. 현재 영국박물관과 로마 국립박물관이 각각 1점씩 소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 AP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갖고 있던 이 조각상은 1937년 로마를 방문한 아돌프 히틀러를 사로잡았다. 히틀러는 1년 뒤인 1938년 500만 리라(현재 가치로 약 1500만 유로·약 212억원)를 주고 이 조각상을 구입했다. 담당 부처 장관이 반발했지만, 당시 이탈리아 정권을 잡고 있던 베니토 무솔리니가 묵인한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히틀러 손에 들어간 이 조각상은 이후 뮌헨 국립고대미술박물관에 전시됐다. 그러다 2차세계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나고 나치가 패망하면서 1948년 11월 이탈리아로 반환됐다.

이번 사태는 로마 국립박물관이 최근 뮌헨 국립고대미술박물관 쪽에 먼저 이 조각상을 받치는 대리석 발판이 뮌헨에 남아 있으니 이를 돌려달라고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뮌헨 국립고대미술박물관은 이 같은 요청을 거절하며 내친 김에 본체인 조각상 반환까지 요구한 것이다.

두 나라 박물관 간 신경전이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현지 언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번 사태가 두 나라 관계에 “위험한 단락을 열고 있다”며 조각상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파시즘과 나치즘의 비극적 관계를 조명한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사태를 키우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은 “클라우디아 로스 독일 문화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독일과 이탈리아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공조를 보여주고 있지만, 문화 영역에서도 협력 수준을 개선해나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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