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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운동 금지한 러시아, 게이클럽 집중 단속 등 억압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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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성소수자 운동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서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러...

러시아의 성소수자 운동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서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가 성소수자 억압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 보안요원과 경찰이 1일(현지시각) 수도 모스크바 등에서 성소수자들이 많이 모이는 나이트클럽, 남성용 사우나 시설, 성소수자 파티가 열리는 주점 등을 집중 단속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일 보도했다.

경찰의 이번 단속은 마약 사범 수사를 내세운 것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단속을 목격한 이들은 보안요원들이 업소 출입 손님들의 신분증 등을 확인하고 사진도 찍었다고 전했다.

이번 단속은 러시아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러시아 안에서 이뤄지는 국제 성소수자 운동을 극단주의 조직 활동으로 규정해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지 채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대법원의 결정은 법무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법무부는 소송 사건 자체를 비밀로 분류하고 구체적인 증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성소수자 운동이 “사회적, 종교적 불화를 자극한다”며 그들의 “극단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징후를 확인했다”고만 밝혔다.

대법원의 성소수자 운동 불법화 결정 이후 성소수자들이 주로 모이는 업소들의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게이 클럽 ‘센트럴 스테이션’은 결정 직후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이 결정의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폐업을 선언했다.

러시아의 성소수자 단체들을 돕고 있는 인권 변호사 막스 올레니체프는 대법원 결정에 앞서 법무부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조직적 활동이 모두 금지될 것으로 우려했다. 몇몇 인권 단체들도 법무부의 제소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자 러시아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성소수자 억압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2013년 미성년자들에게 ‘비전통적인 성적 관계’ 선전을 금지하는 ‘게이 프로파간다 법’을 제정하면서 성소수자 억압을 노골화했다. 이어 2020년 7월에는 동성 결혼 금지를 명시하는 조항을 포함한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2022년 2월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는 서방의 영향을 차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성소수자 억압 조처를 한층 강화했으며, 지난 7월에는 성전환을 금지하는 법률도 제정했다.

‘성소수자 이니시어티브를 위한 모스크바 커뮤니티 센터’의 책임자 올가 바라노바는 대법원의 성소수자 운동 불법화 이후 적지 않은 이들이 러시아를 떠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를 다시 한번 국내의 적으로 만듦으로써 러시아의 산적한 문제들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게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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