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남부 공습 이스라엘, 경계선 변경 시사…미국 “안될 말”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재개한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전략적 패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변함 없는 지원을 강조하지만 이스라엘군의 전쟁 수행 방식 및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해서는 경고를 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이런 종류의 전투에서 중심은 민간인이다”며 “민간인을 적의 품으로 몰아넣으면 전술적 승리를 얻을지언정 전략적으로 패배한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 경험을 들며 민간인 보호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하마스처럼 이슬람국가(IS)는 시가지 안 깊숙한 곳에 있었다”며 “이슬람국가와 맞선 국제연합군은 가장 격렬한 전투 중에도 민간인 보호 및 인도적 (대피) 통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가전에서 민간인을 보호해 승리했다는 것이 교훈이 아니다. 민간인 보호를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게 교훈이다”고 강조했다.

커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2일 미국은 가자지구 주민을 가자지구 밖으로 몰아내거나, 가자지구 경계를 바꾸는 것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 뒤 낸 성명에서 “미국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나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강제로 이동시키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부통령은 반복해 밝혔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이스라엘이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 내에 이른바 “완충 지대”를 만들어 가자지구 영역을 축소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 성명에서 미국은 “가자지구 경계선 재설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가자 경계선은 전쟁이 끝난 뒤 더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르크 레게브 이스라엘 총리 보좌관은 2일 “하마스 이후 현실에서, 이스라엘은 예측가능한 미래의 전반적 안보통제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는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이스라엘로 들어와서 우리 주민들을 죽이려는 사람들의 능력을 제한하는 지상에서의 특별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기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 경계선에서 가자 안쪽으로 최대 1㎞까지 새로운 경계선을 그어서 그 사이를 완충지대로 만들겠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7일간의 일시 전투 중지가 끝난 지난 1일 전투를 재개하며 난민이 모여든 가자지구 남부도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일 밤과 2일 새벽에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의 50개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7일 하마스와 전쟁 시작 이후 가자지구 북부를 집중 공격하고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때문에 가자지구 주민 220만여명 중 80%가 칸유니스를 포함한 남부로 피난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은 최근 칸유니스 등 공격을 강화하고 이 도시로 피난온 주민들을 다시 도시 기반 시설이 없는 지역으로 피난해 임시 난민촌을 만들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런 전략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가자지구 밖인 이집트 등 외부로 몰아내기 위해서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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