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다 풀려난 이스라엘인들을 태운 헬리콥터가 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한 의료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애초 30일(현지시각) 오전 7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투 중지 기간이 하루 더 연장된 가운데, 지난달 7일 붙잡힌 인질 240여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풀려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남은 이스라엘 인질은 130명 남짓이어서 휴전 조건인 ‘이스라엘 인질 10명당 하루 휴전’을 기준으로 최대 2주 정도 전투 중지 기간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엔엔(CNN)은 29일 이스라엘 총리실이 지난달 7일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이 모두 248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인이 206명(이중국적자 포함)이고 외국 국적자는 42명이다.
이후 전투가 중지되는 엿새 동안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인질 70명, 이에 맞춰 이스라엘은 그보다 3배 많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10명을 풀어줬다. 하마스는 이와 별도로 키부츠(집단농장)에 와서 일하던 타이인 23명 등 제3국 국적자 27명을 해방했고, 휴전에 앞서 이스라엘인 4명, 이스라엘방위군(IDF) 1명, 러시아인 1명(이스라엘 이중국적) 등 6명을 석방했다. 이를 토대로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 수를 어림잡아 보면, 이스라엘인 135명을 합쳐 총 144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가 얼마나 많은 이스라엘 인질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피비린내 나는 가자지구의 전쟁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는 중요 열쇠다. 하마스가 135명을 온전히 확보하고 있다면, 약 13~14일 정도 전투를 멈출 수 있다. 다만 하마스가 인질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 정부도 공식자료를 내고 있진 않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전시 내각’이 지난 22일 전투 중지 기간이 10일을 넘으면 안 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남은 이스라엘 인질 가운데 여성이 20여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돼, 전투 중지 기간이 길어지면 성인 남성이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하마스는 앞서 이스라엘인 70명을 석방하면서 풀어주는 이들을 여성과 청소년으로 한정해 왔다.
휴전 기간이 연장되며 폐허로 변한 가자지구는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엔(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이날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구호물품이 200만명 넘는 사람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면서도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이 6일째로 접어든 덕분에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 공급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난민 거주지에 식량·의약품·연료 등이 전달되고, 가자북부 알 아흘리 병원 등 의료시설에 일주일 정도 발전기를 가동할 연료(1만500리터)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미 주택과 의료시설 등 기반시설 상당수가 붕되된 데다, 추운 날씨와 겨울 우기까지 겹쳐 추위와 질병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에 11만건 이상 급성호흡기 감염을 비롯해 5살 미만 어린이 설사 3만6천건, 피부 발진 2만4천건 등이 보고됐다”며 전염병의 급격한 확산을 우려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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