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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시파병원에 두고 온 아기, 천신만고 끝에 엄마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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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각) 와르다 스베타(32)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병원에서 아들 아나스 스베타와 재회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아기가 안전하게...

21일(현지시각) 와르다 스베타(32)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병원에서 아들 아나스 스베타와 재회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아기가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2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정신없이 명단을 살피던 와르다 스베타(32)는 아들 아나스의 이름을 확인한 뒤 로이터 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스베타는 하늘색 잠옷과 모자를 맞춰 입고 잠든 아기를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애타게 보고 싶던 아기와 45일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순간이었다.

21일(현지시각) 와르다 스베타(32)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병원에서 아들 아나스 스베타를 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에 살던 스베타 가족은 현재 피난민들의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남부 칸 유니스의 한 학교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나스는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 신생아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스베타 가족도 남쪽으로 피난길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력, 물, 식량, 의약품까지 부족해지면서 아나스는 치료를 위해 알시파 병원에 남아야 했다. 이 병원은 가자지구의 최대 규모의 의료기관이었다.

스베타는 “이후 알시파 병원에서 아기를 데리러 오라고 연락이 왔지만 북쪽의 병원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다”며 “가자시티를 나가는 길은 열려 있었지만 (가자시티로) 돌아가는 길이 폐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알시파 병원을 비롯한 북부 모든 병원이 운영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보호자들에게 퇴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의 최대 거점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병원과 연락이 끊긴 것도 이때부터다.

스베타는 “아기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누군가 아기에게 우유를 주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며 “아기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나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뛰어다닌 스베타 부부는 임시 대피소에서 함께 지내는 다른 난민들을 통해 아기들이 가자지구 남부로 이송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곧장 칸 유니스의 한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나스는 없었다. 부부는 라파의 한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마침내 그곳에서 아기와 재회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아기들 모습. AP 연합뉴스

앞서 이스라엘이 대피령을 내릴 당시만 해도 알시파 병원 신생아실에는 39명의 아기가 있었다. 그러나 라파와 이집트로 대피하기 전 8명이 사망했다. 8명 가운데 2명은 대피 전날 밤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은 31명의 아기는 19일 라파로 이송됐다. 이튿날 28명은 이집트로 다시 대피했다. 아나스를 비롯한 3명의 신생아는 라파에 남았다. 한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고 한명은 의료진이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제임스 엘더 유니세프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이집트로 대피한 28명 가운데 20명은 보호자가 없고 8명은 어머니와 함께 있다”며 “보호자가 없는 일부 아기는 고아였고 나머지 아기들은 가족에 대한 신상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게 가자지구의 가족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베타는 아나스와 함께 이집트로 대피해 추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남편과 일곱 자녀를 두고 떠날 수 없었다.

다행히도 현재 아나스는 퇴원할 수 있을 만큼의 건강을 회복했다. 로이터 통신은 스베타 가족이 아기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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