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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트럼프’ 아르헨 새 대통령에…트럼프 “당신이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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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각)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야당 연합인 자유전진연합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맨 왼쪽)가 당선을 확정지은 뒤 부에노스아이레스 당 사무실에서 지지자들...

19일(현지시각)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야당 연합인 자유전진연합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맨 왼쪽)가 당선을 확정지은 뒤 부에노스아이레스 당 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정부 심판론’을 앞세운 극우 성향의 야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53)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남미의 주요국인 아르헨티나가 급격한 ‘우회전’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회생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와 극단적인 자유주의 시장 체제가 도입돼 경제가 더 깊은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선거관리국(DINE)은 19일 밤(개표율 99.2%), 이날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야당 연합인 자유전진연합의 밀레이 후보가 55.7%를 얻어 여당 조국을 위한 연합의 세르히오 마사(44.3%·현 경제부 장관)를 꺾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밀레이 당선자는 당선 확정 뒤 첫 연설에서 “퇴폐의 모델은 끝났다”며 “오늘 우리는 다시 자유의 모델을 받아들이고, 다시 세계 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우파 정권이 집권한 것은 1983년 12월 군부 정권이 무너진 뒤 40년 만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임스’는 “밀레이가 수십년간 이어진 경제 침체와 만연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의 물결을 타고 무명 정치인에서 대통령으로 급부상하며 아르헨티나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고 짚었다. 밀레이 당선자는 다음달 10일 대통령에 취임해 앞으로 4년 동안 아르헨티나를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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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경제학자 출신의 하원의원인 밀레이 당선자는 아르헨티나 정계에서 ‘아웃사이더’로 정치적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무능하고 낡은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새 인물’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며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가 내세운 “도둑질하고 부패한 정치 계급”이란 구호가 경제난에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먹혀들었고,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쓰거나 진짜 전기톱을 들고 정부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식 유세’ 역시 젊은층을 열광시켰다. 이날 선거 결과가 확정되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당신이 매우 자랑스럽다.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응원 메시지를 올렸다.

아르헨티나는 10월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7%나 치솟았고, 빈곤율 역시 40%대를 기록 중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밀레이 당선자는 공공지출 대거 삭감, “중앙은행 폭파”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병든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를 버리고 미국 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8월 예비선거(PASO·파소)에서 여당의 마사 후보 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결선에서 결국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학자인 안드레스 보렌스테인은 “밀레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그의 인기는 지난 12년 동안의 경제 악화로 인한 재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 결과가 ‘괴짜 우파 정치인’에 대한 일부 계층의 맹목적 지지가 아니라, 오랫동안 아르헨티나를 이끌어온 좌파 연립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한 많은 사람들’의 민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남미의 주요국인 아르헨티나 대선 결과가 확정되며 국제사회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밀레이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작은 정부 △중앙은행 폐쇄 △미 달러화 통화 채택 등 과격한 공약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는 콩·밀·소고기 등 세계 식량의 수출국이자, 전기자동차 배터리 주원료인 리튬, 셰일가스 등 자원도 풍부하다. 남미 세번째 경제대국이자, 브라질과 함께 ‘남미의 맹주’로 불린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밀레이 당선자가 현재 15개 부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중앙은행 총재에 ‘달러화: 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책을 썼던 에밀리오 오캄포 교수를 임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밀레이의 달러화 화폐 채택 제안으로 이미 국민들이 페소화 처분에 나서면서 화폐 가치가 급락했다”며 “트럼프와 같은 급진주의자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급격한 우회전을 예고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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