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가자시티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팔레스타인 한 남성이 나세르 지역을 떠나면서 자신의 소지품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연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한 차례 공습할 때마다 평균 10.1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사망했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이는 과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공습했을 때의 평균 1회당 사망자수에 견줘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10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민간연구그룹 ‘무장 폭력에 맞선 행동'(AOAV)은 공신력 있는 영어 매체의 보도를 토대로 공습 1회당 사망자수를 추산했다. 그 결과 이번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276차례 공습했고 2798명의 사망자와 1306명의 부상자가 나와 공습 1회당 평균 10.1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 사례를 보면, 2012년 11월 공습 때는 1회당 평균 1.3명, 2014년 7∼8월 공습 때는 평균 2.5명, 2021년 5월 공습 때는 평균 1.7명이 각각 사망했다. 따라서 이번 전쟁에서 공습 1회당 사망자는 이전보다 최소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무장 폭력에 맞선 행동’의 이안 오버톤은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인간이 정말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이런 수치는 이스라엘군의 군사 전략이 변화했음을 암시할 수 있는데, 민간인들을 처참한 상황에 빠뜨리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간인 사망자수가 늘어서 한 달 동안 지속된 가자지구 공습은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의 공습이 민간인이나 민간 시설을 표적으로 하지 않으며 하마스 제거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에이피(AP)등 외신 보도를 보면,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 이스라엘군의 맹공이 계속되면서 병원과 학교가 공격을 받아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인 피해가 높아지면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국제 여론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중동 및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밟은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이 너무나 많이 숨졌으며, 민간인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 발언 중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에 대해 가장 비중 있게 거론한 발언이다.
이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가 1만1078명이며, 이 중 어린이가 450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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