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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반중서 다시 안미경중으로? 호주 총리, 시진핑과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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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앨버니지(왼쪽)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한동안 치열하게 대립했던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한동안 ‘친미반중’으로 치닫던 오스트레일리아가 지난해 5월 정권 교체 이후 중국과 경제 협력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4일 상하이에 도착한 앨버니지 총리는 5일 리창 총리와 얼굴을 마주한 데 이어 6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회담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중국을 찾은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로이터 통신 등은 앨버니지 총리가 회담에 앞서 “건설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며 “양국 간 교역을 가로막는 많은 장애물들이 제거되는 것을 봤다. 중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대 무역 상대로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무역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과 이뤄진다.

시 주석은 앨버니지 총리에게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평화적 공존 속에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야 하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의 필요성이라는 맥락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등 세계의 분쟁에 대한 의제가 제기됐다”며 “나는 미국과 중국 간 가드레일(안전장치)과 군사적 협력에 대해 이야기 했고 그것은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는 경제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와인·바닷가재·소고기 문제 등의 해결을 요구했고, 중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의 가입을 지지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1972년 수교한 뒤 2014년 11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던 양국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후반부터였다. 2000년대 들어 중국계 이민자·유학생들의 급증과 함께 반중 정서가 생겨났고, 중국 정부 역시 남중국해 등에서 영토 분쟁을 일으키며 오스트레일리아의 안보 불안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관계가 본격적인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18년 8월 자유당의 스콧 모리슨 총리가 집권하면서부터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자국 5세대(5G) 통신망에 중국산 화웨이 제품을 배제했다. 2020년엔  모리슨 당시 총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중국 기원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분노한 중국은 그해 5월부터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와인·면화 등 13개 분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처로 맞섰다.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홀로 맞서기 어렵다고 판단한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선택에 나섰다. 2019년 9월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인 ‘쿼드’(미국·일본·인도와 함께 참여)의 첫 외교장관 회의에 참여했다. 2021년 9월엔 미국·영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전수받는 것을 뼈대로 한 ‘오커스’의 멤버가 됐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첨병 역할을 떠안자, 한국 보수 진영에선 한국도 미-중 간의 ‘균형 외교’를 접고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바람의 방향이 변한 것은 지난해 5월 중국에 상대적으로 온건한 태도를 가진 노동당 정권이 출범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앨버니지 총리와 시 주석이 회담했고, 한달 뒤인 12월에는 페니 웡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도 올 1월부터 오스트레일리아산 목재·보리 등에 매긴 고율 관세를 폐지했고, 석탄 수입을 재개했다.

양국 관계가 개선의 흐름을 타게 된 것은 오랜 대립 끝에 서로의 경제적 필요성을 인정하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름마다 심각한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은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이 필요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중국의 거대 시장을 잃어선 곤란하다.

하지만 남중국해와 태평양 도서국들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해 안보 분야의 해빙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추진 잠수함 확보 역시 오스트레일리아엔 ‘사활적 국익’이 달린 사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3~26일 미국을 방문한 앨버니지 총리에게서 방중 계획을 듣고 “신뢰하되, 검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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