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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순방 블링컨, 이스라엘·아랍국가에 ‘일시적 휴전’ 퇴짜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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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아랍 국가 외무장관들과 회담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가운데),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

4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아랍 국가 외무장관들과 회담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가운데),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암만/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가자지구 사태를 논의하려고 아랍 국가 외무장관들을 만났지만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아랍 쪽과 “휴전 불가”라는 미국의 입장 차이만 드러났다. 그는 앞서 이스라엘에서도 “일시적 전투 중단” 요구를 거부당했다.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4일 요르단·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외무장관들과 만나 이번 사태를 논의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아랍 국가 외무장관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대량 살상을 비난하며 즉각 휴전을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춰야 한다”며 “지역 전체가 앞으로 몇 세대 동안을 규정할 증오의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 처벌”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정당한 자기 방어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휴전은 하마스에 재조직을 준비하고 그들이 한 일(이스라엘 공격)을 반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라는 게 우리 시각”이라며 휴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미국은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을 지지한다며, 가자지구 구호 물품 반입과 외국 국적자 탈출을 위한 일시적·국지적 전투 중단을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전날 이스라엘에서 만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 요구를 사실상 즉석에서 거부당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회동 후 자신은 블링컨 장관에게 이스라엘은 전력을 다 해 작전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스라엘은 우리 인질들의 석방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 휴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인도주의적 재앙에 휩싸이고 그들의 곤경에 관한 무관심 때문에 고립된 이들은 평화를 위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줄이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평화 정착은 멀어질 것이라는 말로, 이번 사태 발발 후 미국 쪽이 이스라엘 쪽에 공개적으로 밝힌 가장 강한 경고성 메시지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시민들을 보호하고 이번 같은 일(하마스의 공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분명한 조처를 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확고한 지원 의지를 재강조했다.

결국 블링컨 장관은 이번 중동 방문에서 ‘일시적 전투 중단’이라는 요구를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양쪽에서 거부당한 모양새가 됐다. 그는 이번 방문 때 하마스 제거 이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정착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가자지구 살상 문제 대응이 우선이라며 “이 시점에 그런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이 요르단에 이어 방문할 예정인 튀르키예 정부는 그의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휴전 거부를 이유로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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