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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사망자 집계 못 믿겠다”…가자 보건부, 6747명 명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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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사람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칸유니스(가자지구)/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군...

26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사람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칸유니스(가자지구)/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군 공격에 의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집계를 믿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가 가자지구 보건부와 미국 무슬림 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미국을 방문한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함께한 기자회견 중 ‘이번 충돌로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1400명을 살해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6천명 이상을 살해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말에 “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에 대해 팔레스타인 쪽이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질문을 한 기자가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말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보건부가 사망자 수를 부풀린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분명히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있다”며 “그게 전쟁을 치르는 대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자신들에 대해 이 전쟁을 일으킨 자들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도록 엄청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하마스 분쇄를 위한 공격을 이어가되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이튿날인 26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 공격에 의한 사망자들이라며 6747명의 명단, 나이, 성, 신분증 번호를 공개했다. 이들 중 2655명은 어린이라고 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사망한 것은 분명하나 주검 상태 등 때문에 신원 확인이 어려운 281명은 이 숫자에서 빠졌기에 실제 사망자 수는 7028명이라고 밝혔다. 또 주검이 건물 잔해에 묻혀 발견되지 않았거나, 사망 사실이 병원에 신고되지 않거나, 병원이 숫자를 누락한 경우를 고려하면 사망자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무슬림들의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의 니하드 아와드 회장은 성명을 내어 “지난 2주간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살해된 거의 7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비인간적 발언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폐허로 변한 집에서 짓이겨진 채 끄집어내지는 어린이들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그게 날조된 것인지, 또는 수용해야 할 전쟁의 대가인지 자문해보라”고 했다.

백악관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명 요구에 그를 두둔하면서도 가자지구의 인명 피해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마지못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가자지구 보건부는 테러 조직 하마스가 운영하는 곳”이라며 “우리는 소위 보건부를 비롯해 하마스 쪽에서 나오는 얘기는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독립적 언론들도 가자지구에서 수천명이 사망했다고 전하는데 이에 동의하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반박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가자지구 사망자 수를 얼마로 파악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곳에는 미국이나 유엔 조직 등 그런 집계를 하는 신뢰할 만한 조직이 없다”며 “하지만 우리는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죽은 것을 안다”고 했다.

미국 쪽은 지난 17일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격 참사는 이스라엘군 소행이라는 하마스의 주장에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의 로켓이 잘못 떨어진 결과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사건 사망자 규모를 놓고도 가자지구 보건부가 400여명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 쪽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체 사망자 규모를 놓고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보건부에 대한 노골적 불신을 나타낸 것은 인명 피해 확대에 대한 부담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공습으로 가자지구 인명 피해가 이스라엘 쪽의 몇 배로 불어나는 상황은 민간인 희생에 대한 반발뿐 아니라 ‘비례성’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유엔 등 외부 조직이 없는 가자지구에서는 그동안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가 공신력을 인정받았고, 미국도 이를 받아들여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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