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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연료 주면 인질 석방”…이스라엘 “군사용으로 쓸 수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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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와 접경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 있는 유엔(UN) 운영 학교에서 피난민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냄비와 플라스틱 통을 내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

이집트와 접경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 있는 유엔(UN) 운영 학교에서 피난민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냄비와 플라스틱 통을 내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뒤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주민들은 물·식량·연료 등 생필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인도주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라파흐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에서 구호물자가 지난 21일부터 반입되고 있지만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라파흐/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미국인 모녀 인질을 풀어준 지 사흘 만인 2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인 여성 노인 2명을 추가 석방했다. 유엔 등이 인질 석방과 인도주의 물품 반입을 위해 ‘임시 정전’(ceasefire)을 호소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를 놓고 치열한 ‘물밑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휴전과 인질 교환을 맞바꾸자는 제안’에 대해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진 않으면서, 하마스가 인질 문제에서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향해 ‘인질의 무조건적 석방’과 ‘인도주의적 구호물자의 제한 없는 공급’을 위한 정전을 제안한 뒤 이 주장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는 맥락이 조금 다르지만 미국도 이스라엘에 “인질 해방을 둘러싼 교섭을 이유로 지상군 투입 시점을 늦추길 요구하고 있다”고 시엔엔(CNN)이 22일 전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하마스는 23일 “인도주의와 건강 악화”를 이유로 가자지구 인근 니르오즈 키부츠에 살던 여성 누리트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를 석방했다. 이들은 적신월사의 구급차를 각각 타고 이집트 국경 라파흐 검문소에 도착해 이집트 정부에 인계됐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자정께 성명을 내어 두 여성이 이스라엘군에 인계돼 의료시설로 이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이스라엘-하마스의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따 양쪽이 카타르·이집트의 중재 아래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의 지속적인 공급을 조건으로 더 많은 인질 석방에 관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협상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하마스가 구호물품의 하나로 ‘연료’를 콕 집어 협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하마스는 구호물품의 원활한 반입이 보장되면,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등을 포함해 인질을 최대 50명까지 석방할 수 있다는 ‘카드’를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언론 하아레츠도 앞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적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하는 과정에서도 연료와 교환을 조건으로 내비쳤다고 전했다.

인구 220만명의 가자지구엔 현재 연료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가자지구에 하나뿐인 발전소가 연료 소진으로 가동을 멈춘 지 2주가 지나며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구호단체들도 환자와 신생아들이 입원한 병원들 역시 비상발전기를 돌리면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연료가 고갈되면 이미 처참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정말 끔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공습 피해로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주유소로 한 주민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연료를 반입하면 하마스 등이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추가 인질 석방을 위해 지상작전이 지연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질을 석방하고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는 지금껏 확인된 인질 수가 석방된 이들을 포함해 222명이라고 덧붙였다.

김미향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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