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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총회 앞두고 선진·개도국 ‘기후기금’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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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물난리가 발생한 파키스탄 남동부 신드주에서 사람들이 물바다가 된 들판을 가로질러 구호품을 운반하고 있다. 신드/AP 연합뉴스 다음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큰 물난리가 발생한 파키스탄 남동부 신드주에서 사람들이 물바다가 된 들판을 가로질러 구호품을 운반하고 있다. 신드/AP 연합뉴스

다음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를 앞두고 벌어진 기후변화 대응 기금 구성 논의가 실패로 끝났다. 이번 논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견해 차이가 거의 좁혀지지 않아, 당사국 총회에서 최종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새벽 이집트 아스완에서 끝난 유엔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을 위한 이행위원회 회의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6~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당사국총회에서 극적으로 합의한 기후 기금의 구체적인 구성 및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4차 회의였다.

이행위원회는 20일까지로 예정됐던 회의를 21일 새벽까지 연장하면서 막판 합의를 시도했지만, 개도국과 선진국의 견해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이행위원회는 다음달 3~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5차 회의를 열어 합의를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 기금 운영 주체와 선진국의 자금 지원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선진국들은 운영 주체를 세계은행으로 할 것을 요구한 반면 개도국들은 세계은행이 기금을 맡으면 선진국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독자적인 운영 구조 마련을 요구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77개 개도국들과 중국은 세계은행을 주체로 하는 데 강하게 반대하면서 회의장에서 퇴장할 움직임도 보였다고 전했다. 개도국들이 한발 물러나 세계은행이 기금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걸 인정하고 협상을 재개했으나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아비나시 페르사우드 기후 특사는 개도국들이 운영 주체 문제에서 양보했으나 재원 확보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여름 이상 기후와 이에 따른 인명 피해 등을 겪은 뒤 선진국들은 기금 마련 책임 문제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 기후정의 네트워크의 세계 정치 전략 책임자 하르지트 싱은 회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합의 실패는 부자 나라들과 가난한 나라들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선진국들은 세계은행을 기금 운영자로 밀어붙이고 자금 지원 규모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는 등 염치없는 시도를 한 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중국·인도·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 경제국들도 재원 마련에 기여할 것을 주장해왔으며, 특히 중국의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전했다.

28차 당사국총회 의장 지명자 술탄 알자베르는 “개도국들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손실과 피해 기금 문제가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는다면 28차 총회의 전체 협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지난해 이집트 당사국총회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 기금은 해수면 상승, 폭염 증가, 사막화 등에 시달리는 나라들을 돕기 위한 것이며, 기금 규모와 운영 방식 등 세부적인 내용은 28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현재 개도국들이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의 5분의 1 내지 10분의 1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며 2030년까지는 3000억달러(약 406조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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