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20대분 구호품 가자지구 반입…이스라엘 “연료는 안 돼”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와 보복 공습으로 한계에 몰린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품이 21일(현지시각) 처음으로 반입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발발 이후 2주 만이다.

알자지라 방송 등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에서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로 건너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라파 국경 검문소는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전쟁 발발 이후 2주 만에 처음으로 개방됐다. 1차 반입 물량은 트럭 20대분이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오늘 반입되는 구호품은 의약품과 한정된 양의 식료품을 실은 트럭 20대”라며 “가자지구의 재앙적인 의료 상황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지난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트럭 20대 분량의 구호 물품을 1차로 가자지구에 반입하는 데 조건부로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식량과 물, 의약품만 반입할 수 있으며 이 구호품들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이스라엘 폭격으로 손상된 도로 복구 등의 문제로 구호품 반입이 지연되다가 이날 처음 통로가 열렸다.

이날 반입된 트럭 20대분 구호품은 현재 가자지구 상황에 견주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가자지구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와 보복 공습으로 식량과 물, 의약품, 연료 등 필수 물자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주민 220만명을 지원하려면 최소 트럭 100대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파 검문소 인근에는 이미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에서 보낸 구호물자 3천톤(t)을 실은 트럭 200대 이상이 대기 중이라고 에이피(AP)통신이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연료’다. 발전용 연료가 부족해 가자지구 내 1차 의료시설 60% 이상이 문을 닫았고, 구급차를 운영하거나 신생아를 위한 인큐베이터를 가동할 연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연료 반입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라파 검문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호품 전달은 지속적인 노력이어야 한다”며 “식량과 물, 의약품뿐만 아니라 연료 반입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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