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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화약고’ 캅카스 긴장감…아르메니아계, 아제르바이잔 탈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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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내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탈출한 주민들이 24일 차를 몰고 아르메니아의 국경 도시 코르니조르로 들어오고 있다. 코르니조르/AFP 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이 자국...

아제르바이잔 내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탈출한 주민들이 24일 차를 몰고 아르메니아의 국경 도시 코르니조르로 들어오고 있다. 코르니조르/AFP 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이 자국 내 아르메니아계 자치 지역을 점령하자, 탄압을 두려워한 현지 주민들이 대거 아르메니아로 탈출을 시작했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분쟁이 끊이지 않던 남부 캅카스 지역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세력 균형이 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터키) 쪽으로 기울 전망이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24일 밤 10시까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계 주민 1050명이 국경을 넘어 자국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나고르노카라바흐와 가까운 아르메니아 국경 지역에서 짐을 잔뜩 실은 차량들이 아르메니아로 들어오는 것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자치정부 지도자들은 12만명에 이르는 아르메니아계 주민 대부분이 탄압과 인종 청소를 우려해 더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비트 바바얀 자치정부 대통령 보좌관은 “우리 주민들은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살기를 원치 않는다. 99.9%의 주민이 우리의 역사적인 땅에서 떠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쌍한 우리 주민들의 운명은 아르메니아 사람들과 문명 세계 전체의 불명예와 수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1991년 12월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에 속하는 땅이지만 주민 대부분은 아르메니아계다. 이들은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독립을 선언했지만, 국제적인 승인을 받지 못했다. 영토 분쟁이 이어지면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1992~94년과 2020년 두차례 전면전을 벌였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난해 연말 이 지역과 아르메니아를 잇는 유일한 통로를 봉쇄한 뒤 지난 19일 테러 대응을 내세우며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200명이 숨지고 40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이튿날인 20일 이 지역에서 주권을 회복했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아르메니아계 주민 사이에서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탄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 국가인 반면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동방 기독교도들이어서 민족·영토 갈등 외에 종교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군사작전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한 구호품이 일부 전달됐지만 현재로선 대규모 탈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고향에서 살 만한 조건이 형성되지 않고 있으며 인종 청소를 막을 실질적인 장치도 없다”고 우려했다.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점령에 따라 남부 캅카스 지역에서 유지되던 세력 균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 지역은 여러 민족이 섞여 사는데다 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 간 원유와 가스 수송관들도 지난다. 러시아, 미국, 튀르키예, 이란 등이 이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튀르키예는 아제르바이잔을 같은 민족처럼 여기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아르메니아를 지원했으나, 이 나라가 친서방 노선을 선택하며 두 나라 사이가 벌어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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