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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병원 피격 ‘대참사’…바이든 중동 구상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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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민가에서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고 있다. 가자지구/AP 연합뉴스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주변 아랍 국가들을 설득해 이스라엘...

17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민가에서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고 있다. 가자지구/AP 연합뉴스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주변 아랍 국가들을 설득해 이스라엘에 힘을 실으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구상이 출발 직전 발생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로 어그러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도착하자마자 병원 참사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다른 쪽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해 중동 전역에서 미국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역효과’도 발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태운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18일(현지시각) 오전 11시1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까지 마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을 나눴다. 이어 두 정상은 오후 5시40분께부터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17일 저녁 발생한 알아흘리 아랍 병원(아랍인민병원) 참사와 관련해 “가자 병원에서 있었던 폭발 사고에 대해 깊이 슬픔을 느끼고 분노한다”며 “내가 본 바에 따르면 그것은 당신(이스라엘)이 아니라 다른 쪽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 근거에 대해 밝히진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하마스가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지 않으며 그들(팔레스타인인)을 오직 고통에 빠뜨릴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이스라엘과 오늘, 내일 그리고 영원히 함께해주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앞선 17일 저녁 8시43분께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민간인 47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 병원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어린이 등 팔레스타인인들이 대피해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연계된 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가 잘못 쏜 로켓이 병원에 떨어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하마스는 병원 참사가 자신들과 관계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부정하고, 네타냐후 총리만 감싸는 미국에 날을 세웠다. 하마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맹목적으로 이스라엘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전날인 17일 밤 한 연설에서 병원 참사가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모든 아랍인과 무슬림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이스라엘을 방문한 뒤 요르단 암만에서 미국,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모인 4자 회담을 열어 이스라엘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병원 참사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이 난색을 표하면서 회담이 취소됐다. 주요 아랍국들의 협력을 끌어내 이스라엘에 힘을 실으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방문 자체의 일정을 봐도 네타냐후 총리와 전시 내각 등과만 만나는 등 이스라엘의 입장만을 듣는 ‘반쪽짜리’로 줄어든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지역 국가들과 함께 무고한 시민의 비극을 막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일방적인 모습에 바그다드·암만·테헤란 등 중동 도시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희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1400여명이 숨지고, 팔레스타인인 3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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