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임신 7개월 만에 나온 미숙아…“분유 탈 물도 없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물과 연료 공급이 끊기면서 가자지구에서 태어난 쌍둥이에게 줄 분유를 탈 물도 구하지 못해 부모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병원에서 이틀 전인 지난 14일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가 물이 부족해 분유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시작된 지난주 임신 7개월이었던 날라 아부 엘루프(26)는 가자지구의 최대 도시 가자시티의 알 시파 병원에 입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안해지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배 속에 있는 아기들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습이 연일 이어지면서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알 시파 병원도 부상자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먼지와 피를 뒤집어쓴 부상자들이 병원에 이송됐다. 병원 안치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주검들이 길거리에 방치됐다. 엘루프의 가족이자 뉴욕타임스에서 가자지구를 취재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사마르 아부 엘로프는 뉴욕타임스에 “끔찍한 장면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은 더 긴급한 환자를 받기 위해 엘루프를 퇴원시켰다. 이후 엘루프와 그의 남편은 지상전을 예고하며 북부를 떠나라는 이스라엘의 통보에 피란 대열에 합류했다. 칸유니스에 가까워질 때쯤 엘루프의 진통이 시작됐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쌍둥이를 낳았다. 7개월 만에 태어난 미숙아였다.

그러나 쌍둥이에게 줄 분유를 탈 물도 부족한 상황이다. 엘로프는 물뿐만 아니라 의약품과 생필품도 동났다고 했다. 그는 쌍둥이가 생애 첫날에 적응하는 동안 가족들이 쌍둥이에게 줄 분유를 탈 물을 구하기 위해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인구기금(UNFPA)은 가자지구에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임산부가 5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병상 부족과 의약품 고갈 등으로 보건 시스템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하루 평균 160여명의 산모가 응급처치도 받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출산할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내 병원에 진통제가 바닥났고 다수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식수 부족으로 심각한 탈수 증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17일 가자시티의 알알리 아랍 병원 폭격으로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 오폭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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