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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떠도는 ‘군 장성 생포’…이-팔 전쟁 ‘가짜 영상’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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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이후 가짜 정보 유통의 온상이 되고 있는 엑스(X·옛 트위터)의 로고와 이 서비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 AFP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이후 가짜 정보 유통의 온상이 되고 있는 엑스(X·옛 트위터)의 로고와 이 서비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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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격화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온갖 거짓 정보 유포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와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들에 과거 사건 또는 영화 장면 등을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사건인 양 조작한 영상들이 대거 유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보면, 엑스에서 ‘이스라엘군이 사망자를 조작하는 모습’이라는 소개와 함께 올라온 영상이 2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군복을 입은 사람이 바닥에 쓰러진 청소년을 카메라로 찍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 점령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떠난 지역을 조명하는 단편 영화 ‘텅 빈 곳’의 제작 현장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진본은 1년 전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의 고위 장성이 하마스에 생포된 장면이라는 영상도 틱톡과 엑스를 통해 유포됐다. 이 영상 역시 엑스에서만 2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은 지난주 아제르바이잔 보안국이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계 분리독립 세력의 지도자를 체포했다며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마스가 우크라이나의 무기 공급에 감사를 표하는 내용의 가짜 영상도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 관계자의 엑스 계정을 통해 유포됐다. 이 영상은 30만회 이상 조회됐다. 이 영상은 미국의 극우 성향 이용자들이 적극 나서서 퍼뜨리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에이피(AP) 통신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80억달러(약 10조7천억원)의 군사 지원에 서명했다는 거짓 메모 사진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고 전했다. 이 메모는 지난여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 문서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 밖에 하마스 전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이스라엘의 한 운동시설에 내리는 모습이라는 조작 영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붙은 조작 영상 등도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의 갑부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엑스가 특히 거짓 정보 유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뒤 유해 정보 처리 담당 직원을 포함한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유해 정보 감시를 크게 완화했다. 이와 함께 유해 정보 유포로 계정이 정지됐던 인물들의 서비스 이용도 다시 허용했다. 미국 엔비시(NBC)는 10일 소셜미디어 분석 기업 앨리시아를 인용해 엑스에서만 거짓 정보를 확산하는 68개의 계정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급기야 유럽연합(EU)은 10일 머스크에게 공개적으로 유해 정보 차단 강화를 촉구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당신의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와 가짜 정보 전파에 이용되고 있다”며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에 규정된 의무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당신의 시스템이 (유해·거짓 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시급하게 조처를 취하고 당신들이 취한 위기 대응 조처를 보고할 것을 요청한다”며 유로폴(유럽연합 법집행협력청) 등 관련 법 집행 기관과도 접촉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은 2024년 1월 시행되는 이 법에 따라 기업이 유해 정보에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정치 위기 자문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설립자인 이언 브레머는 엑스에 쓴 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관한 거짓 정보들이 엑스를 통해 “알고리즘적으로 촉진되는” 수준이 “정치학자로서 내가 그동안 겪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는 정도”라고 우려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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