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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권위주의 달라졌다, 더 교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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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와 베이징은 달랐다. 지난해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을 취재했다. 당시 중국은 제로 코로나였다. 대회는 폐쇄 루프 속에서 열렸다. 경기장-호텔-미디어센터 외에는 갈 수 있는 곳이...

항저우와 베이징은 달랐다. 지난해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을 취재했다. 당시 중국은 제로 코로나였다. 대회는 폐쇄 루프 속에서 열렸다. 경기장-호텔-미디어센터 외에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대회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2023년 9월 개막한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좀 더 유연했다. 자유롭게 시내를 오가며 취재했다. 대회도 별다른 논란 없이 끝났다. 일견 성공적인 대회였다.

중국은 달라진 듯 보였다. 특히 베이징 대회 때 비판받았던 부분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 항저우 곳곳에서 만난 중국인들을 보며 외부 시선과 달리 이곳에도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더욱 악화한 지점도 있었다. 한겨레는 취재기자 1명이 개막식과 폐막식 출입을 금지당했다. 보안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 항저우에 온 약 180여명의 한국 취재진 가운데 유일했다. 베이징겨울올림픽 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언론 탄압, 인터넷 통제 등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직접 항의했지만 “우리도 이유를 모른다. 누가 결정했는지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대회 기간 외신 기자를 만날 때마다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찾았다. 로이터도 같은 상황이었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와 시진핑 주석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현지 체류 기자 등이 취재를 제한당했다. 특정 언론사를 넘어 비판적 기사를 쓴 기자 개개인을 추적해 제재를 가했다.

초유의 사태였다. 하지만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었다. 대한체육회는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 쪽 눈치를 보기 급급했다. 일본올림픽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올림픽위원회는 한겨레에 “일본에도 개막식 출입이 제한된 기자가 있지만, 이유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한 일본 종합일간지가 문의하니 “경기장 정원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린 주 경기장은 수용인원이 8만명이 넘는다.

국제 스포츠 단체들도 이번 대회에서 중국 눈치를 보기 바빴다. 인공기 문제가 대표적이다. 북한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징계를 받아 아시안게임에서 국기를 쓸 수 없다. 하지만 곳곳에 인공기가 휘날렸다. 세계도핑방지기구가 문제를 지적했지만,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북한을 두둔했다. 자국민을 학살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개막식 참가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켜만 본 장면도 상징적이다.

항저우 대회는 겉보기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앞으로 아시안게임의 중국 등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의존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아시안게임은 2026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뒤 2030년 카타르 도하, 2034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중동에서 잇달아 열린다. 아시안게임 유치를 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가 적은 데다, 개최 의지를 가진 곳도 부족한 탓이다.

결국 아시아올림픽평의회의 눈치 보기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취재 제한, 인공기 게양 방치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원칙은 앞으로 얼마나 더 훼손될까. 병역 문제로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한국과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대회에 대한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아시안게임은, 그렇게 항저우에서 저물어가고 있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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