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사거리 무제한 미사일 시험 성공”…핵실험 재개 배제 안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저공 비행이 가능한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하면서 1990년 이후 중단한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 관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토론클럽’에서 사거리가 이론적으로 무제한인 저공 비행 가능 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사르마트도 거의 완성됐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 위성 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가 북극 미사일 기지에서 부레베스트니크 미사일을 시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부레베스트니크 미사일은 핵추진을 통해 사거리를 대폭 늘린 미사일이며 핵무기도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한 군사 전문 매체는 지난 2021년 개념상으로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2만㎞를 넘을 수 있고 비행 고도를 50~100m까지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설계 개념이 모두 구현된다면, 방공망의 추적을 피하면서 세계 어디에든 발사하는 게 가능해질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국정연설에서 이 미사일을 처음 언급했었다.

서방에서는 그동안 이 미사일에 쓰이는 핵엔진이 아주 불안정하다는 걸 지적하면서 미사일의 완성 및 실전 배치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핵위협 이니시어티브’(NTI)는 지난 2019년 이 미사일의 실전 배치에는 10년 정도가 걸릴 걸로 추정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핵실험을 재개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 국내에서 핵실험을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을 안다며 “이 문제는 국가두마(하원)의 대표들에게 달린 문제이며 이론적으로는 핵실험 금지 조약 비준을 철회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는 1996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을 채택했으며 러시아는 그해 미국·중국·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이 조약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이 조약에 대한 비준까지 마쳤으나 미국은 비준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1990년 이후 핵실험을 중단했고, 미국은 1992년 마지막 핵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핵무기 사용 원칙을 바꿀 필요가 없다며 “지금 러시아 국가의 존재를 위협하는 상황은 없으며, 건전한 정신과 명료한 기억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도 러시아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걸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20년 6월 서명한 ‘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은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적군이 러시아 영토 또는 동맹국에 핵무기나 대량 파괴 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를 공격하는 용도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러시아의 핵심 시설이 공격당해 핵전력 대응 행동이 약화될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 공격을 당해 존립 위험에 직면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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