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야당 지지자들이 수도 바르샤바의 공영 텔레비전 방송 앞에서 새 정부의 공영 언론 개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공영 언론 개편을 둘러싸고 새 정부와 옛 정부 세력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폴란드에서 새 정부가 공영 언론의 청산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바르트워미에이 시엔키에비치 폴란드 문화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각) 공영방송인 ‘폴란드 텔레비전’(TVP)과 ‘폴란드 라디오’(PR), 공영 통신사의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발표는 옛 정부 인사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새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공영 언론 지원금을 삭제한 독자 예산안을 발표한 뒤 나왔다.
시엔키에비치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폴란드 공화국 대통령이 공영 언론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시킨 탓에 청산 절차 돌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처는 3개 매체의 운영을 지속하는 한편 시급한 구조 개편을 시행하고 직원들의 해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산 상태는 공영 매체 소유주인 정부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는 13일 취임 이후 공영 언론이 과거 ‘법과정의당’ 정부 아래서 정권의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며 3개 매체의 경영진과 이사들을 해임했다. 이에 맞서 ‘폴란드 텔레비전’의 기존 이사회는 독자적으로 새 사장을 선임했고, 국가미디어위원회도 별도로 사장을 임명하면서 3명의 사장이 정당성을 주장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 대해 야당으로 전락한 법과정의당이 새 정부가 공영 언론을 장악해 언론 다양성을 파괴하려 한다고 반발하자 두다 대통령은 이들의 편을 들고 있다. 그뿐 아니라 공영 언론 지원금을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책정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영 언론 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새 정부에 대한 옛 집권 세력의 저항을 상징하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과정의당 정부는 지난 8년 동안 집권하며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 정부는 이런 과거 청산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어,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새 정부가 공영 언론 개편을 서두르면서 법적 정당성을 훼손시켰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정부기구인 ‘헬싱키 인권 재단’은 성명을 내어 “공영 언론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새 정부의) 공영 언론 변화 방식이 심각한 법적 문제를 제기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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