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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먹방에 ‘한국에 밀어내기 계획’까지…가리비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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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총리 관저에서 가리비를 먹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일본 총리 관저 페이스북 갈무리 “맛있다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주면 바로 (수입되도록) 조처하겠습니다.” 아세안(...

지난 10월 총리 관저에서 가리비를 먹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일본 총리 관저 페이스북 갈무리

“맛있다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주면 바로 (수입되도록) 조처하겠습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과 특별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1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저녁 만찬 요리의 하나로 가리비를 내놨다. 함께한 아세안 정상들에게 ‘맛있다면 수입을 늘려달라’며 가리비 판촉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기시다 총리의 가리비 홍보는 이번 만이 아니었다. 지난 10월에는 총리 관저에서 ‘가리비 먹방’을 선보이며 “살이 두툼하다”, “한 입 더 먹어도 되느냐”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가리비 홍보를 앞세워 일본 정부는 지난 25일엔 ‘한국에 가리비 41억엔 어치를 밀어낸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수출 전략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어디까지나 일본 계획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일본산 가리비가 한국 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가리비에 천착하는 까닭은 한해 수출액 8천원억을 넘는 수산물 최대 수출 품목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내놓은 ‘2022년 수산물 수급 소비 동향’을 보면, 지난해 가리비 연간 수출액은 911억엔(8266억원)으로 뒤를 잇는 방어(363억엔), 진주(238억엔), 참치(188억엔), 해삼(184억엔) 등을 압도한다. 올해 9월 현재 일본 농수산품과 식품 전체 수출액이 전년대비 한달이나 일찍 1조엔(9조8천억원)을 돌파했지만, 핵심 수출품인 가리비는 9월께부터 수출 판로가 꽉 막힌 상황이다. 중국·러시아·홍콩 등이 일본 정부의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전 오염수 바다 방류에 반발해 8월 말부터 차례로 일본 수산물을 일시적으로 전면 수입 금지조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의 가리비 수입 차단이 치명적 타격을 줬다. 지난해 일본 가리비 수출 비중에서 중국이 절반을 넘는 51.3%를 차지했고, 대만(12.3%), 미국(8.6%), 한국(8.3%)이 뒤를 이었다. 일본이 껍데기 채로 가리비를 수출하면, 중국은 이를 가공해 다른 나라로 팔아왔다. 이 핵심 판로가 막힌 것이다.

실제 일본 농림수산성이 25일 내놓은 ‘농수산품 수출 현황과 확대 시행 전략 개정안’을 보면, 최신 통계인 지난 10월 중국의 일본 가리비 수입액은 ‘0엔’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무려 59억엔이 감소했다. 농림수산성은 보고서에서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입규제 강화 영향으로 수출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며 “2025년 수출액 2조엔 목표 달성을 위해 수출 국가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규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즉각 철폐 요구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일본의 ‘가리비 밀어내기 전략’도 이 대목에서 나왔다. 보고서는 수출국 다각화 방안의 하나로 ‘가리비 판매 타켓 국가’를 9곳으로 구분했다. 여기엔 중국(270억엔), 미국(130억엔), 대만(70억엔)을 비롯해 한국도 41억엔 규모의 판매처로 분류돼 있다. 특히 한국은 “생가리비에 대한 수요가 많아 수출증가가 기대된다”고도 덧붙였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26일 이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나 일본 계획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그 외 지역도 수입 때마다 방사능 검사를 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추가 핵종 증명서를 요구해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가리비의 주산지는 한국이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8개현에 속하지 않은 홋카이도다. 국내 수입업자들이 가리비 가격을 후려쳐 수입하려 들면, 막을 수 없는 구조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일본에서 ‘식품 수출 분야의 왕자’였던 가리비가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위기 상황에 처했다”며 “외국 판로를 찾지 못해 상황인데, 이대로는 내년 수급 균형이 더 심하게 깨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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