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본부 건물 앞에 유럽연합 깃발들이 걸려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지원금에 대한 헝가리의 거부권을 피하기 위해 채권 발행으로 지원 재원을 마련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이 대안이 최종 확정되면, 지원 규모는 애초 500억유로(약 71조4400억원)의 40%인 200억유로(약 28조5800억원)로 줄어들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현지시각) 유럽연합이 내년 2월1일 열릴 회원국 정상회의에서도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거부할 경우의 대안으로 채권 발행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채권 발행 계획에 참여하는 회원국들이 보증을 서는 걸 조건으로 유럽연합이 금융시장에서 200억유로를 조달하는 방안이다.
이 계획은 지난 2020년 유럽연합이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 부흥 기금 1000억유로(약 142조8800억원)를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채권 발행은 유럽연합의 장기 예산 책정을 통한 지원과 달리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없어도 추진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14~15일 열린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4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500억유로를 지원하는 걸 포함한 장기 예산 계획을 논의했으나, 헝가리의 거부권 행사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회원국 정상들이 내년 2월1일 이런 지원 방안에 합의하게 되면, 1차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에 9억달러(약 1조1600억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도록 유럽연합이 보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채권 발행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훨씬 더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독일·네덜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회원국들의 내부 승인 절차는 내년 3월까지 완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유럽연합이 이 방안을 추진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상 지원은 불가능해진다. 기존 지원 계획은 앞으로 4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무상 지원금 170억유로와 차관 330억유로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채권 발행을 통해 지원금을 마련할 경우, 전액을 차관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무상 지원금은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와 합의해야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미 공화당은 조 바이든 정부에 멕시코 국경 단속 강화를 요구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금 610억달러(약 78조9100억원)를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지원 계획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우크라이나는 경제·군사적으로 큰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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