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LK-99에 초전도체학회 검증위도 고개 저었다

세계 최초의 상온 초전도체로 주목받았던 ‘엘케이(LK)-99’를 학계가 검증해보니,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13일 “원 논문의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 실험연구 결과를 종합해 고려해 보면, 엘케이-99 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교 연구교수 등이 지난 7월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논문 공유 사이트 ‘아카이브’에 2편의 논문을 공개하고 ‘섭씨 127도까지의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엘케이-99)을 세계 최초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혀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검증위는 우선 해당 논문 2편에서 제시된 저항과 자성 측정 데이터가 초전도체의 특징인 ‘전기저항 0’과 ‘마이스너 효과’(초전도체가 외부 자기장에 반발하는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케이-99에 관심을 가진 외국 연구사례를 보면, 초반 이론 논문에서 엘케이-99가 초전도에 유리한 특성을 가질 수 있음이 주장되긴 했지만 이후 발표된 다수의 실험 논문에서 저항과 자화율 측정값이 초전도를 보여주는 결과는 없었다는 게 검증위의 설명이다. 오히려 외국 연구에서는 원 논문의 비저항 데이터가 보여준 섭씨 100도 근처의 급격한 변화가 황화구리(Cu2S) 불순물이 가지고 있는 상전이에 의한 것으로 제안되고 있다며, 실제로 이후 불순물이 없는 단결정 성장 연구 결과에서는 엘케이-99가 저항이 매우 큰 부도체임을 알려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검증위는 “국내 실험에서도 상온 또는 저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인 결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대 등 국내 8개 연구소가 엘케이-99 관련 논문 저자들이 제시한 방법을 따라 재현 연구를 진행했는데, 단결정·다결정 여부와 관계 없이 어떤 시료도 상온 근처에서 초전도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일부 시료에서 섭씨 100도 근처에서 비저항 값이 급격히 변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불순물상의 상전이에 의한 결과로 판단된다”며 “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불순물이 적은 시료의 경우 이러한 상전이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확실한 검증을 위해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엘케이-99 시료를 제공받아 데이터를 교차 측정하고자 했으나, 8월 첫 요청 이후 여러 차례의 요구에도 연구소가 시료를 제공하지 않아 직접 검증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검증위는 “엘케이-99 사건은 과학 관련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대중의 과학적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한 측면이 있지만 과학적 발견에 대한 주장과 이의 과학적 입증 사이의 간극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오해로 인해 사회적 논란과 파장이 불필요하게 증폭된 측면도 있다”며 “과학적 발견에 대한 일차적인 증명 책임은 해당 연구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검증위는 이날 그동안 이뤄진 이런 국내외 검증 시도를 종합해 백서를 발간하고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다만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서 시료를 제공해 준다면 언제든지 학회 차원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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