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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을수록 많고 크면 적다…인체 세포도 ‘크기와 수 반비례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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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혈구는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중 크기는 가장 작고 숫자는 가장 많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크기도 제각각이다. 가장 작은 적혈구(지름 7~8μm)와 가장 큰...

적혈구는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중 크기는 가장 작고 숫자는 가장 많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크기도 제각각이다. 가장 작은 적혈구(지름 7~8μm)와 가장 큰 골격근 세포(지름 100μm, 길이 2~3cm) 차이는 100만배가 넘어, 땃쥐와 대왕고래의 몸집 차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세포 크기와 세포 수 사이엔 반비례 관계가 있어 개별 세포의 크기는 달라도 유형별로 비교한 세포의 총 질량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플랑크과학수학연구소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남성과 여성, 어린이의 세포 크기와 수, 질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세포 크기(질량)와 개수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히 세포를 크기 등급에 따라 몇개의 범주로 그룹화해 보면 각 범주가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개별 세포 크기 차이는 수백만배 차이가 나지만 범주별 세포 질량의 차이는 수십배 이내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는 전체 유기체 차원에서 세포 크기와 수가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세포 크기 등급별(회색막대) 세포 수와 질량(크기)의 반비례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해양생물·언어에도 적용되는 반비례 관계

이런 패턴은 다른 분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캐나다의 해양학자 레이몬드 셸든은 일찍이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의 경우 등급별로 크기는 달라도 전체 질량은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크기가 클수록 개체수가 적기 때문이었다. 해양생태학에서는 이를 ‘셸든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안 해튼 박사는 “크기와 개수의 반비례 관계는 모든 곳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2021년 플랑크톤 뿐 아니라 박테리아에서 고래에 이르기까지 해양생물 전체에서 셸든 스펙트럼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생물 세계가 아닌 언어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있다. 예컨대 어떤 책에서든 짧은 단어가 많이 등장하며, 긴 단어는 적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언어학에서는 이를 발견자인 언어학자 조지 지프(George Zipf)의 이름을 붙여 ‘지프의 법칙’으로 부른다.

남성 36조개, 여성 28조개, 어린이는 17조개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1500개 이상의 기존 세포 연구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특히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사체 부검을 통해 수집한 인체 장기 조직 자료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주로 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한계였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데이터를 추가했다.

연구진은 세포 크기와 총 질량의 반비례관계 외에도 인체의 새로운 평균 세포 수 추정치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인체 세포 수는 성인 남성(몸무게 70㎏ 기준)이 36조개, 성인 여성(몸무게 60㎏)이 28조개, 10살 어린이(몸무게 32kg)가 17조개였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제시된 30~37조개와 비슷한 수치다. 이 수치 역시 몸무게 70kg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다.

세상 만물에 통용되는 법칙?

그렇다면 세포 유형별로 구체적인 개수는 어떻게 될까?

최종적인 세포 수는 세포 분열 횟수가 좌우한다. 암 세포는 이 세포 분열 메카니즘이 잘못돼 무한대로 이어진다. 해튼 박사는 “따라서 세포 유형별로 기본적인 세포 크기와 수가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면 세포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백혈구에 속하는 림프구의 경우 기존에 알려진 5000억개보다 훨씬 많은 2조개로 밝혀졌다. 림프구는 면역 기능을 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이 숫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적절한 질환 치료를 위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크기와 수의 반비례관계가 보편적 법칙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이 법칙이 왜 생물계에 출현한 것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해튼 박사는 “언어, 해양생물, 인간 세포 등에서 보는 이런 공통점은 이 세상의 모든 다른 것들에도 적용할 수 있는 깊고 근본적인 메카니즘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같기도 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73/pnas.2303077120

The human cell count and size distribution.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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