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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파괴적일 ‘트럼피네이터’의 귀환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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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더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더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당시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대통령직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분노한 지지자들은 의회 난입 폭동으로 트럼프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드러냈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2편에 트럼프를 투사한 ‘트럼피네이터’ 이미지는 이들의 열망을 담고 있다. 3년여 만에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 중이다. 선거가 아직 일년 가까이 남았으나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은 높다. 그가 대통령에 복귀한다면 그 파괴력은 돌아온 터미네이터가 그랬던 것처럼 1기 때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할 것이다.

트럼프 캠프의 행보도 전례 없이 적극적이다. 미국 보수의 핵심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수십개의 우파 단체와 함께 보수 집권을 위한 ‘프로젝트 2025’를 일찌감치 가동했다. 책임자는 트럼프 정부 백악관 인사실장이었던 폴 댄스다. 이들이 지난 4월 출간한 920쪽 분량의 ‘지도자의 임무’(Mandate for Leadership)(이하 ‘임무’)는 사실상 트럼프 집권 플랜이다.

‘임무’는 1981년 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인에게 처음 전달된 이래 여러 차례 작성되어 공화당 정부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당시 레이건은 첫 국무회의 참석자들에게 ‘임무’를 배포해서 힘을 실어주었다. 헤리티지 쪽에 의하면 레이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집권 1년 차에 ‘임무’에서 제안한 정책의 60퍼센트 이상을 추진했다.

높아지는 트럼프 집권 가능성

미국 대통령 선거는 내년 11월5일이다. 공화당 후보들 사이의 지지율 조사를 보면 트럼프는 올해 내내 예외 없이 1등이었을 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 이달 중순 기준 지지도는 트럼프가 61.5%로 2위와 3위인 론 디샌티스(11.7%)와 미키 헤일리(10.8%)와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앞서 있다.

바이든 대 트럼프 재대결로 치러질 본선 조사를 보면 지난 9월 이후 트럼프가 앞서나가고 있다. 격차가 크지 않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좋지 않은 추세다. 게다가 6개 경합 주 중 다섯 곳에서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는 조사까지 나오면서, 주별 선거인단에 있어서도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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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대한 재판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트럼프는 연방 선거 방해 등 네 건의 형사 사건에 기소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대통령 자격에 나이, 출생, 국내 거주기간 등의 제한만 있을 뿐, 범죄 여부는 문제 삼지 않는다. 한국과 달리 형이 확정되더라도 공직 선거 출마나 취임을 막을 수 없다. 또한 트럼프는 재판 자체를 ‘바이든의 부당한 선거 탄압’으로 몰고 가서 활용할 생각이며, 지지자들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고강도 감세

가장 분명히 예견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은 감세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시절 ‘감세 및 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을 통해 소득세 최고 세율을 39%에서 37%로 끌어내렸다. 또 법인세를 최고세율 35%의 누진세에서 21% 단일 세율로 변경했다. 대규모 감세였지만 트럼프가 원했던 것은 그 이상이었다. 트럼프 1기 감세 정책을 추진했던 핵심 인물은 래리 커들로와 스티븐 무어, 공급중시 경제학 창시자인 아서 래퍼 세 명이었다. 2020년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는 “나의 세제 개혁안은 레이건의 위대한 경제학자였던 아서 래퍼가 만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집권 후 커들로는 백악관 경제 수석에 임명되었고, 래퍼는 최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았다.

래퍼와 무어가 함께 쓴 ‘트럼프경제학’(Trumponomics)에 의하면 트럼프는 2016년 3월 래퍼를 처음 만난 날 ‘레이건 감세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감세, 역사상 최대의 감세를 이루고 싶다.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트럼프 감세는 레이건 감세와는 달리 캠프의 경제학자가 추동한 것이 아니라 후보 자신의 소신에서 기인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소득세 최고 세율 25%, 법인세 단일 세율 15%를 원했고, 재집권하면 다시 한번 이를 추진할 것이다.

트럼프 1기 감세 규모가 애초 계획보다 물러선 것은 민주당 반대도 있었지만 공화당 내부의 문제 제기도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 2020년 대선 후보 선정 과정에서 공화당 내 유력 경쟁 후보였던 마르 루비오 캠프는 트럼프 감세 공약에 대해 “보수의 세법 개혁안을 서커스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희화화시켰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에도 일부 의원은 트럼프 감세안 지지에 주저했다. 대부분은 결국 트럼프에 굴복하거나 설득당해서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밥 코커 상원의원은 끝내 반대에 투표하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극단적 트럼프 지지 의원들이 득세하면서 중도파 공화당 의원들은 정치를 떠나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공화당 내에서 대규모 감세에 대한 브레이크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 전쟁 불사

‘임무’에서 통상 정책은 다른 분야와 달리 두 가지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자유방임주의자 켄트 라스만은 “철강 관세 부과로 천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상대국의 보복 관세로 7만5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비판하며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에서 도입된 관세를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무역이 평화를 만든다’는 입장에 기초하여 중국과 미국의 교역이 축소되면 더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에 몰릴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반면 트럼프 정부 백악관에서 무역 및 제조업을 담당했던 피터 나바로는 “유럽과 중국의 부당한 관세로 미국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은 관세, 비관세 장벽, 덤핑, 위조, 지식 재산 침해, 환율 조작 같은 경제적 침략을 통해 미국 제조업과 방위산업을 약화시켰고 궁극적으로 중국의 전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나바로는 무역 장벽을 높이고,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디커플링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은 트럼프 정부에서 통상 분야 최고 책임자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 대표의 신간 ‘자유 무역은 없다’(No Trade is Free)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해소될 때까지 관세를 인상하고 무역에 대한 중국의 정상국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조차 미국에 대해 불공정 무역을 일삼고, 세계무역기구도 공정하지 않다고 싸잡아 비난한다.

트럼프는 라이트하이저의 책 출간을 알리며,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미국 노동자를 수탈해 온 세계주의자들 및 공상주의자들과 맞서 싸웠는지를 설명하는 걸작”이라고 치켜세웠다. 8월에는 폭스 뉴스에 출연해 “모든 국가에 대해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부과하고,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 ‘상응 관세’(matching tax)를 부과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이후 트럼프 캠프는 관세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무마에 나섰지만, 트럼프 의중이 자유 무역이 아니라 무역 전쟁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나리오별 대비 필요”

그 외에도 ‘임무’에는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모든 환경 규제의 철폐, 중앙은행 폐지를 통한 자유은행 제도로의 이행, 금본위제 도입 검토 등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내년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냉정하게 각 시나리오별로 평가하고 대비책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는 경우는 그 영향이 심대할 것이므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신현호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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