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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이너스 금리’ 마침표 찍을까…세계 경제 파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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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까. 최근 일본은행(BOJ)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이르면 내년 봄 일본이 정책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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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까.

최근 일본은행(BOJ)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이르면 내년 봄 일본이 정책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급부상 중이다. 나 홀로 ‘저금리’를 고수해온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은 전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도 파장을 예고한다.

당장 33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면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영향을 받는다. 약 100조원이 넘는 일본의 해외 투자금이 본국으로 이동하면 글로벌 채권시장이 요동치며 국내 대출금리도 들썩일 수 있다. 18~19일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 30년 디플레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일본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 전망을 촉발한 건 지난 7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이다. 그는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확실해진다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장단기 금리 조작 개선(폐지)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은 2016년 1월부터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있다. 그해 9월에는 장기물 국채금리 상하단 범위를 설정해 그 이상 금리가 움직일 경우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거나 파는 ‘수익률 곡선 관리’(YCC) 정책도 도입했다. 이런 초저금리 돈풀기는 7년째 지속됐다.

이는 일본이 장기간 저물가 상태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6%대까지 뛰던 2021년에도 일본 물가 상승률은 0%대에 머물렀다. 일본 기업들은 긴 불황으로 상품 가격 인상이 여의치 않자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이는 다시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 저하로 이어지며 형성된 ‘저물가 악순환 고리’가 일본 경제를 짓눌렀다.

우에다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을 거론한 건 최근 들어 일본 경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이 지난해 1월부터 뛰기 시작하더니 올해 1월엔 4.2%로 41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임금 인상률도 3.2%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줄자 일본은행도 마이너스 금리 탈출을 고민하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봄 통화정책 전환을 점친다. 이달 초 블룸버그 조사(경제학자 52명)를 보면 이들은 내년 4월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 엔화 강세…일본 자금 대이동 ‘격변’

일본 통화정책 전환은 전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지난달 중 엔-달러 환율은 151.9엔으로 33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로 떨어진 바 있다. 그러다 지난 7일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나오자 엔-달러 환율은 이틀 만에 147엔에서 141엔까지 4% 떨어졌다(엔화 강세). 엔화 강세 현상이 깊어질수록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부 국내 수출기업으로선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수혜를 누릴 수 있다.

100조원이 넘는 엔 캐리 자금도 변수다. 일본 투자자들은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의 자산에 투자해왔다. 이 규모를 추정해볼 수 있는 외국은행 일본지점의 본·지점 간 송금액은 2022년 말 기준 12조엔(약 109조원)이다. 이 투자 자금들이 일본으로 귀환할 경우 전세계 주식·채권·외환시장이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미 재무부의 ‘국제자본 유출입 최근 동향’(TIC)을 보면, 미 국채 보유국 1위는 일본이다. 일본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가격이 떨어져 금리가 오르고, 이는 국내 채권금리 및 대출금리에도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를 토대로 한 경기 부양을 포기하기 쉽지 않고, 물가-임금 선순환을 더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1일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서둘러 폐기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엔 캐리 자금 청산 여파도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박윤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로 일본의 투자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한 중간투자보다는 직접투자(FDI) 흐름이 강하다.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금융시장은 일단 이번주 초 열리는 올해 마지막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여기서 나올 통화정책 전환 관련 메시지의 강도와 수준에 따라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출렁일 수 있다.

전슬기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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