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앞에 선 김범수 “카카오 더 이상...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진행된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 참석한 김범수 창업자. 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대대적인 경영쇄신 의지를 밝혔다.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카카오 핵심 경영진에 대한 금융감독원·검찰 조사와 임원들의 폭로전까지 이어진 현 상황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임직원들과의 간담회 ‘브라이언톡’에 참석해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카카오를 설립해 크루(직원)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이 되어간다”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창업자가 직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2021년 2월 말 재산 절반을 기부하고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임직원들과 논의한 후 2년10개월 만이다.

이날 김 창업자는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며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며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창업자는 “우선,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현재 시점의 시장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쇄신 방향을 밝혔다.

그는 또한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그룹 내 거버넌스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직원들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수평 문화 등 카카오의 기업 문화 역시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창업자는 경영쇄신 진행 상황과 내용을 임직원들과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아침 7시에는 김 창업자 주재로 제7차 공동체경영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김 창업자를 비롯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 등 경영진 2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택시업계와 만나 배차시스템과 수수료 체계 등에 대한 개선안을 도출하기로 합의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택시업계와 추가 간담회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연내 (협상)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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