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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칩워’…중국 인민해방군의 GPU를 주목하라

Summary

2023년 11월16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조...

2023년 11월16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는 기술이 국제정치의 패권을 정하는 ‘기정학’(Techno-politics) 시대의 핵심 전략 산업입니다. ‘안보’를 중심에 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의 의미와 정치 이벤트가 잇따르는 2024년의 중요성을 ‘반도체 삼국지’ 저자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가 분석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재구성하려는 진짜 의도는 경제적 실익 확보를 넘어, 안보적 관점에서의 가치 정립에 있음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9월 나는 서울에서 방한 중인 라민 툴루이(Ramin Toloui)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 이전에도 여러 포럼에서 미국의 전직 고위급 관리 혹은 싱크탱크 연구원을 만났었는데,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대동소이했다.

미 정부의 장기적 전략은 세간에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을 집중 견제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견제는 미국이 자국으로 반도체 산업 무게중심, 특히, 첨단 반도체칩의 자국 내 제조 점유율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결과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미국은 한국·대만·중국 등 동북아시아에 과할 정도로 쏠려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 의존도가 지나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한 의존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 상승 때문에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경계한다. 특히 미 정부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로직 반도체(비메모리) 생산에 대해 지나치게 높아진 TSMC 의존도를 낮추거나 분산시키는 것이 큰 전략 중 하나다.

실제로 최근 엔비디아는 현재 자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 대부분을 TSMC에 의존하고 있고, TSMC 외 선택지도 삼성전자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제3의 파운드리를 찾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명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제3의 파운드리는 미국 인텔을 의미한다.

특히나 10nm(나노미터) 이하급 로직 반도체 생산에서 현재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TSMC에 대한 지나칠 정도로 높은 의존도는 큰 문제다. 왜냐하면 TSMC의 첨단 공정을 통해 대부분의 첨단 로직 반도체, 그중에서도 컴퓨터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는 물론, 최신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이나 인공지능(AI) 가속기인 GPU, TPU, NPU, 데이터 처리 전용의 DPU 등이 거의 독점에 가까울 수준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동맹에게도 가혹한 반도체 패권주의

결국 TSMC가 대만 내에서만 첨단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암묵적인 정책을 버리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대한 투자를 당초 계획의 세 배 가까운 400억 달러 이상으로 크게 집행하게 된 것 역시 이러한 미국발 역풍, 즉 독점에 대한 강제 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TSMC 창립자 모리스 창은 애리조나 공장 기공식 전후 ‘자유무역은 죽었다’라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는데 그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기술 규제를 하는 것만큼이나 대만 기업에 대해서도 실질적 기술·무역 규제를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자국의 동맹국인 일본에 대해서도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1·2차 미-일 반도체협정을 통해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규제한 전력이 있다.

생산량에서든, 장비 수입에서든, 심지어 수출된 장비의 유지 보수에서든, 미국이 쥐고 흔들 수 있는 패는 다양하고 많다. 언제든 미국은 자국 기업이 원천 특허를 가지고 있는 기술이 들어간 장비, 소재, 부품,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등의 사용에 대한 허가를 쥐고 흔들 준비가 되어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각종 경제 협력이나 협정은 언제든 미국의 국익이 위협받는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것이 미국이 실질적으로 첨단 산업 곳곳에서 타국을 견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TSMC가 로직 반도체에서 가지고 있는 거의 독점적인 지위만큼 디램(DRAM)에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75%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며 거의 독과점에 가까운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미국은 과한 의존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다만 메모리반도체는 DRAM에서 파생된 고대역폭메모리(HBM) 혹은 인공지능 전용 메모리반도체 등이 나오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범용 반도체의 시장이 주종이고 미국에는 마이크론이라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있다.

또 삼성은 미 텍사스주에 9개의 팹을 신규로 건설하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메모리반도체 팹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 생산 점유율 자체는 당분간 일정 수준 이상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견제로부터 당분간은 안전하다. 독점구조를 가지고 있는 TSMC가 처한 위기 상황과는 다소 결이 다른 셈이다. 그렇지만 로직 반도체 생산의 지배자로서 TSMC를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언제든지 옮겨올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재편에 대해 한 가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군사용으로의 반도체칩 전용이다. 미국 정부가 안보적 관점에서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의 주요 이슈로 삼고 있는 것은 민간-군용 겸용 반도체 기술이다. 사실 반도체칩은 그 기술 원리상 군용과 민간용을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않는다. 물론 군사용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일반 용도보다는 훨씬 혹독한 군사 목적 환경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트랜지스터 집적 밀도나 계산 성능보다는 안정된 신뢰성과 성능 유지가 더 중요한 관건이다. 그렇지만 원리적으로는 반도체칩은 민간-군용 겸용 기술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 중국 인민해방군은 왜 GPU를 원하는가

반도체의 군사용 목적성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분석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1) 왜 중국 인민해방군이 최근까지도 엔비디아의 GPU 최대 수입 기관이었는지 2) 이들은 왜 방사능 방호 가능한 고성능 반도체칩을 원하는지 3) GPU 병렬 컴퓨팅으로 초고온, 초고압 실험 환경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하는 이유 4) 자율주행 가능한 군용 드론, UAV, UAM 등에 대해 GPU 기반 인공지능 가속기가 어떻게 전용되는지 5) 첨단 미사일 제어 체계 (비행, 관제 등)에 어떻게 쓰이는지 등이다.

1부터 3까지는 좁게는 군사용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부터 핵시설용 첨단 반도체를 목적으로 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4-5는 무인 무기 시스템과 정밀 공격용 무기 성능 업그레이드를 목적에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의 한 축은 군사력, 특히 공격력 강화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향이 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더더욱 높은 강도로 예의주시하며 견제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첨단 산업은 이제 한 국가의 경제적 카테고리에서만 논하기에는 너무나 영향력이 커졌다. 국내는 물론 국제 정치적 이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바야흐로 지정학이 아닌 ‘기정학(techno-politics)’의 시대가 되고 있는데 첨단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산업의 경계선, 경제적 영향권 안에만 주로 갇혀 있다. 산업 간 연계와 국제 이슈로의 연결 고리에 대한 분석은 느슨하다. 한국의 ‘칩워’(반도체 전쟁)는 한국만의 ‘칩워’가 아님을, 즉, 결국 ‘칩워’는 글로벌 ‘칩워’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2024년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첨단기술패권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미국 대선, 대만 총선, 한국 총선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있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 독립 추구는 더욱 가열될 것이다. 한국의 전략적 포인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입체적이고, 경제 안보를 최우선으로 놓는 기술의 확보 전략에 맞춰 냉철하게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끝>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화학공학부, 반도체융합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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