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ories:
경제

쿠팡, 배송기사 수수료 삭감 통보…“물가도 기름값도 오르는데”

Summary

서울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 배송기사. 연합뉴스 경기도에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ㅅ아무개씨는 최근 대리점 쪽에서 ‘배송 단가(수수료) 인하’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

서울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 배송기사. 연합뉴스

경기도에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ㅅ아무개씨는 최근 대리점 쪽에서 ‘배송 단가(수수료) 인하’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올해는 개당 단가가 770원이었는데 내년 단가는 650원으로, 한꺼번에 120원이나 내린 탓이다. ㅅ씨는 “한 달 수입이 100만원 가까이 깎이는 셈인데, 대리점 쪽은 ‘내년엔 물량이 더 늘어날 테니 수입이 보전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물가도 오르고, 기름값도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쿠팡 단가만 낮아지는 게 말이 되냐. 3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 단가는 850원이었는데, 계속 깎이기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로켓배송’을 앞세우는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가 배송기사(퀵플렉스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내년 수수료(배송 단가)를 삭감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씨엘에스 노조가 소속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을 규탄하고 나섰다. 배송 기사에게 주는 수수료는 회사에 따라 그리고 물량이나 물건 크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수수료는 대개 개당 700∼800원대다.

전국택배노조와 퀵플렉스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씨엘에스는 지난달부터 전국 400여개 대리점을 상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단가협상’을 진행하며 개당 100~250원의 수수료 삭감을 요구했다. 쿠팡 쪽은 대리점에 보낸 협조문건을 통해 “배송 난이도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해 어려운 지역 인상을 포함, 수수료를 조정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다수의 구역(라우트)에서 삭감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와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수도권 한 대리점주는 한겨레에 “우리 대리점 관할 구역 10여곳 가운데 인상(50~100원)이 된 곳은 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는 ‘올 지번(빌라·주택) 구역’ 2곳뿐인데, 배송 난도가 높아 기사들이 꺼리는 곳이다. 나머지 구역은 모두 50~150원씩 단가가 깎였다”고 말했다. 택배노조가 조사한 한 대리점의 경우 역시 20개 구역 가운데 수수료가 인상(100원)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19곳은 20원에서 150원씩 삭감됐다.

퀵플렉스 노동자는 배송의 대가를 쿠팡 쪽이 지급한 수수료에서 대리점 몫(약 10% 남짓)을 공제한 뒤 받는다. 쿠팡이 수수료를 삭감하면, 대리점도 그 만큼 노동자 몫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퀵플렉스 노동자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있어, 쿠팡과 직접 협상을 할 수 없고 쿠팡과 대리점의 협상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쿠팡 배송 차량. 쿠팡 제공

쿠팡은 배송 물량 증가를 단가 인하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물량이 늘면 노동강도 역시 높아진다는 점을 무시한 처사라고 노동자들은 반박한다. 한 퀵플렉스 노동자는 “하루 물량이 300개에서 400개로 늘면 단가를 100원 깎아도 총수입엔 변화가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논리인데,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한다는 사실엔 왜 눈을 감느냐”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쿠팡의 단가 인하 행위가 생활물류법과 대리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생활물류법에 기초한 표준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중 임금 등을 삭감할 수 없도록 하고 대리점법에도 대리점에 불이익하게 거래조건을 변경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쿠팡은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씨엘에스 영업점 소속 퀵플렉서는 안정적 물량이 보장되며, 내년도 연간 수입도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엘에스의 경우 비닐포장 등 가벼운 상품이 대부분이고, 한 가구에서 여러 개 상품을 주문하는 밀집도가 높아 배송 동선은 줄고 수입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또 “수수료는 아파트·엘리베이터 비율 등 노선 특성을 고려해 영업점과 협의해 정한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노선은 수수료가 인상됐음에도 택배노조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